영화: Manchester by the Sea

2017년 13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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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듣고는 ‘바다 옆 동네 마을 맨체스터’ 이런 느낌인 줄 알았는데, 도시 이름이 manchester-by-the-sea라는 곳이 있다. 보스턴 북동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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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에서 리와 그의 형 조, 그리고 조의 아들 패트릭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으로 보인다. 셋이서 배 타고 바다로 나가서 낚시하고, 삼촌이랑 조카가 장난치고…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하고 동생도 결혼을 해서 조카가 생기면, 아빠같은 큰아빠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보다 가까울수 있는 친척.

그러다가 어느 날 형인 조가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성통곡을 할 줄 알았는데 리는 의외로 담담하다. 아들인 패트릭은 한술 더 떠서 아빠의 시신을 보고 1초도 되지 않아 저녁으로 피자를 먹자라고 말하면서 나가버린다. 더 나아가 이 철부지 조카는 그날 밤 친구들을 자기집에 불러서 스타트렉 이야기 따위나하면서 놀고, 여자친구가 집에서 자고 가도 좋냐고 묻는다. 왜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걸까. 오래 지병을 앓아왔기 때문에 예견된 죽음이라 그런걸까.

대놓고 슬퍼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리는 계속 외롭고 쓸쓸해보인다. 말도 별로 하지 않고,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무미건조하게 장례식 준비를 해나간다. 그래서 리는 원래 말수가 없는 캐릭터인가보다했는데, 과거 회상씬을 보면 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맥주마시고 노는 그런 사람이었다. 바로 그날, 자신의 실수로 일어난 화재 때문에 세 명의 자식을 몽땅 잃고나서 완전히 사람이 변한 것 같다. 슬픔에 쌓여서 말조차 하지 않게 된 것이겠지. 차를 어디 주차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도 전부 스트레스 반응으로 보인다.

뭐 저런 인간이 있나 싶은 패트릭도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추운 날씨 탓에 묘지를 팔 수가 없어 장례식을 봄까지 미루어야된다고 하자, 그러면 그 추운곳에 아빠를 두어야하냐고 항의한다. 삽으로 팔 수 없으면 굴삭기로 파면 되지 않냐고. 그날 밤 냉장고에 냉동된 닭을 보고 트라우마 반응을 보인다. 아빠도 저 추운 곳에 있을 거라며…

리의 실수로 세 자식을 잃고나서 실의에 빠져있을 때 형인 조가 아무 가구도 없는 리의 집에 소파를 들여주는 등많은 도움을 준다. 형인 조가 동생인 리를 도와주고, 이번에는 삼촌인 리가 조카 패트릭을 도와주는 그런 삶의 모습인 것 같다.

언제까지고 우울하고 활력없는 삶을 살 것만 같은 이들도, 조의 장례식을 끝내고나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 하나의 과정을 잘 마무리 짓는 것이 새로운 출발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최근에 직접 겪어본지라 더 공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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