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남이 인쇄한 내 논문

전세계 어딘가에 내 논문을 읽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누군가가 내 논문을 인쇄해서 줄까지 치면서 읽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에 줄을 그어놓은 것을 보고 내 뜻이 잘 전달됐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다가도, 돼지 꼬랑댕이에 달린 물음표 표시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폴 형님이 신입생에게 내 논문을 읽히는 것을 보니, 후속연구는 신입생에게 시킬건가보다. 후속연구가 필요하긴한데 그리 임팩트있는 논문이 되긴 어려워보여서, 누군가 대신 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잘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림과 폴이 만들어낼 결과물을 비교해보면 내가 PI로서 어느 정도의 자질을 갖추었는지 가늠해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빨리 논문 써서 내 인용지수 좀 올려다오 뉴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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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양자화학

내가 내 새끼 욕하는 건 돼도, 남이 내 새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얻다대고 양자화학 그거 대충 실험결과보고 두드려 맞추는거 아니냐는 막말을 해.

공부 좀 합시다.

연구: 썰을 푼다

현재 PI와 함께 일하면서 똑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썰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논문의 퀄리티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최근에 ‘아는 형님’이랑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한 게 문득 생각이 나서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남긴다.

‘썰을 푼다’라고 하니까 얄팍한 술수처럼 들리는데, 오히려 정반대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현재 연구진행 상황 및 방향/미래에 해결해야할 문제에 대한 지식이 바탕이 될 때 통찰력이 생긴다. 데이터 더미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가 현재 PI의 능력에 얼마나 감동했는지는 여기에 구구절절 써 놓았다.

들은 이야기 하나 더 하자면, 카이스트 화학과 슈퍼스타 유룡 교수님 이야기다. 동기형이 제올라이트 안쪽에서도 그래파이트가 자랄 수 있다라는, 동기형 말로는 carbon 정도에 나갈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교수님께 갔다고 한다. 교수님께서 데이터를 딱 보시더니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3D 그래파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스토리를 짜면 네이처 갈 수 있다라고 하셨고, 실제로 네이처 표지까지 갔다.

통찰력을 기를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결국 열심히 논문을 읽고, 많이 생각해보는 수 밖에는 없는것 같다. 가만히 앉아서 뭐 새로운 것이 없나 백날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프고 아무런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coupled triplet state에 관한 review를 쓸 일이 있어서, singlet fission과 관련된 1970년대에 나온 butadiene 논문에서 시작해서 2018년 논문까지 총 100 여편 정도를 읽었다.  (Singlet fission은 이제 연구 끝났다고 하는 모 박사님의 말씀과는 달리 2018년에도 네이처 켐, 잭스 줄줄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제야 겨우 어느 정도 숲이 보이는 느낌이다. 그 전에는 연구 주제랍시고 머리에 떠오르면 선행연구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시작하다보니 남이 이미 해 놓은 일 중복된 경우도 있었고, 그 분야의 이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하다보니 좋은 퀄리티의 논문을 쓰지 못했다. 솔직히 선행연구라는 것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서 논문은 초록, 결론, 그림, 테이블 순서대로 훑어보기만 했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고 행동이었는지 10년만에 깨닫는다.

책:인생=논문:연구

그 전에 쓴 research statement는 찢어야지…

미드: Orange is the New Black

인생에서 역대급의 멘붕을 일으킨 사건을 겪고나니, 뭔가 집중할 거리가 필요했다. 운동할 기력은 없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도 없는 상태라 나에게 남는 것은 미드 뿐이었다. Netflix origianal 시리즈 중 가장 많은 view를 기록한 Orange is the New Black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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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복 색깔 때문에 제목에 orange가 나오는건 알겠는데, the new black은 무슨 말인지도 모른체 쭉 봤다. 이 글을 쓰기 직전 몇 가지를 찾아보다가 A is the new black이라는 말이 A가 새로운 유행이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숙어임을 알게되었다. 감옥에 갇히면서 죄수복을 입게 된 사람들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 같다.

마약상인 여자친구를 돕다가 공항에서 잡혀서 징역을 살게 된 Piper가 교도소에서 겪는 이야기.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은 이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게 위로가 되었다. 남의 불행에서 나의 행복을 찾는 것처럼 잘못되고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지만, 현실은 그랬다.

교도소를 주제로 한 미드라고 하면 프리즌 브레이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메인테마가 ‘탈옥’이라면 OITNB는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고 위기의 연속이라면 OITNB은 반대로 코메디+드라마 요소가 훨씬 강하다. 교도소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 교도관이 죽는 심각한 상황마저도 코믹하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무작정 실없이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고 나름 큰 흐름을 관통하는 심오한 주제들이 있다. 다양한 인종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남성 교도관에 의해 저질러지는 성범죄, 교도소를 민영화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두고 대립하게 되는 사회복지 등등.

등장인물들이 꽤 많다. 얼핏 머리속에 떠오르는 인물만 해도 20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생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Nicky, Morello, 그리고 Black Cindy다.

Nicky는 순전히 목소리 때문이다. 특유의 껄렁껄렁한 말투와 걸걸한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소위 말하는 걸크러쉬가 이런 것인가 싶다. Morello는 약간 사랑에 미친 이탈리아 여자다. 좋게 말하면 낭만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스토커… 아무튼,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순진한 소녀감성이다. 첫 에피소드에서 Piper가 교도소에 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굉장히 친절하게 도와준다. 예전에 미수다에 나온 크리스티나가 영어를 한다면 이런 악센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Black Cindy는 말하는 내용 자체도 너무 재미있고, 흑인 영어 특유의 익살스러움, 오버액션 같은 것들이 너무 좋다. 머리스타일도 귀여운데, 코셔푸드가 맛있어서 유대교로 개종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엉뚱한 행동들은 더 귀엽다.

신기하게 한국말이 두 번이나 나온다. Piper가 Red에게 “한국에서는 그것을 ‘기분’이라고 부르죠”라고 말하는 장면과 Piper 동생이 임신하고”음악가로서의 ‘영감’을 받기 위해 레코드샾에 왔다”고 하는 장면이다. 김치는 가끔 나오는데 기분과 영감은 너무 의외의 것이라 반가웠고, 발음이 생각보다 정확해서 놀랐다.

영화: 1987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로 시작된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드디어 보았다. 기대한만큼 몰입해서 봤다. 멀쩡한 학생들을 빨갱이로 ‘만들고’, 수사관에게 애국자인지 월북자인지 선택을 강요하고, 시위하는 학생들을 때려잡는 백골단의 모습 등을 보면서 분노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런 악귀와 같은 짓을 한 것일까란 궁금증이 항상 있었다. 이게 나라를 위한 길이다와 애국의 관점만으론 그들의 잔인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으로도 구체적인 행동의 동기를 시원하게 설명할 순 없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에서 그런 악마화된 사람들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바로 대공처장 (김윤석)이 교도관 간부 (유해진)를 취조하면서 자기 가족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장면이다. 고아인 한 남자아이를 데려와서 부모님이 키워줬더니 인민민주주의하겠다면서 지주인 자기 부모님을 죽창으로 찔러죽였고, 자신은 숨어서 그 장면을 다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김윤석에게 공산당은 악마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은 개인의 잘못을 쉽게 타자화, 범주화시킨다. 타인의 잘못을 비난하고 싶을 때, 그 개인이 속한 여러 집단 중에서 나와 다른 부분을 찾는다. 성별, 나이, 인종, 고향, 교육 등 나와 그들을 가를 수 있는 기준은 차고 넘친다.  적당한 기준을 찾은 후에는 타인이 속한 집단 전체를 개인과 동일시하여, 그 집단을 욕하기 시작한다. 개인을 직접 비난한다는 부담을 덜고, 추상화된 집단을 언급함으로써 거친 표현을 사용하는 죄책감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요즘 것들은, 흑인들은, 전라도 사람들은, 대학도 안 나온 것들은 등으로 시작하는 말들. 예를 든다는 핑계로도 별로 쓰고 싶지 않은 말들이다.

개인의 경험은 그 어떤 다른 간접 체험보다 강렬하다. 더군다나 수적으로 제한된 경험을 한 개인에게 개인과 집단은 다르다고 해봐야, 그 사람에겐 자신이 겪어본 개인이 그 집단을 묘사할 수 있는 유일한 체험인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김윤석이 불쌍해보였다. 우리 사회가 개인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해서 하나의 괴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열심히 보는 Orange is the New Black이란 드라마에서, 약쟁이가 된 범죄자에게 가족들이 we failed you라고 말하면서 우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영화: 강철비

동생이 말하길, 요즘 한국에서 강철비, 1987, 신과함께 이 세 영화를 안보면 간첩 취급당한다고 한다. 자기도 미국에 있으면서 저런 말을 하다니…

북한의 스파이가 내려와서 공작을 펼치는 그런 흔한 액션 영화일 것 같아서 큰 기대를 안했는데, 여러 가지 국내/국제 정치에 관련해 내 생각과 비슷한 포인트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자기들의 이익에 따라 전쟁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과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한국. 미국이 너희의 안보는 너희 스스로 책임져야지, 지켜달라고 징징거리지만 말고 동맹국 입장도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볼 때 입맛이 씁쓸했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한테 뭘 바라는건지. 동맹이란 것이 결국 서로에게 이득을 취할 부분이 있을 때에만 함께 피를 흘리는 그런 수준의 관계인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피를 흘리며 싸워준 참전용사들에 대한 은혜는 잊지 말아야겠지만, 그 참전을 결정한 워싱턴 사람들이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도와준 것만은 아니란 것도 항상 인지해야겠다.

북한을 어떻게 처리해야되는가를 두고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간의 갈등도 흥미로웠다. 이경영 아저씨가 당선인 역할로 나와서 이 아저씨가 북한 다 때려부시자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와 코드가 맞는 말들을 해서 당황했다. 북한을 핵폭하면 북한 주민들이 우리를 동포로 생각하겠는가, 한 민족이라는 당위성을 빼고서 경제적인 면에서라도 통일을 생각해봐야된다는 것들이 특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대통령에게 북한을 폭격하기로 결정했다는 전화를 받을 때 읽고 있던 책 ‘원래 하나였던 것은 다시 하나가 되어야한다’, 사무실에 걸려있는 ‘행동하는 양심’ 등의 장치로 당선인의 컬러를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북한 1호와 핵무기를 트레이드함으로써 평화를 달성한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남북한이 똑같은 숫자의 핵무기를 가지면 거시적인 힘의 균형은 이뤄지겠으나, 핵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대상이 두배로 늘어난다. 북한의 김씨를 어르고 달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미국 총기 소유 찬반 논란과도 직접 연관이 된다. 옆집 사람이 총을 소유하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로, 나도 총을 가지고 혹시 모를 옆집 사람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한다 (공화)와 옆집 사람 총까지 싹 다 국가가 압수하거나 관리해야한다(민주)로 나뉜다. 나는 쫄보라 그런지 몰라도, 그냥 총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평소엔 북한이라는 존재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다가 한국행 비행기가 중국, 북한을 거쳐 바로 서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빙 둘러 인천으로 들어갈 때마다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13시간 비행을 끝내고 한시라도 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데, 방향을 틀때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다.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근대적인 것이라면, 통일까진 아니고 서로 왕래라도 가능한 사이가 되면 우리 삶도 많이 바뀔 것 같다.

연구: Figure 변천사

오늘의 연구 성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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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에서부터 차츰차츰 발전해서 4단계까지 왔을 때, 이만하면 됐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폴형님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에게 아예 example setting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주면서 이렇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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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세심한 형님이었는데, 나의 개발새발 figure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무튼, 굉장히 마음에 든다. 뭔가 고급 장난감같이 생겼다.


IQmol이 분자를 그리기에는 편한데 (두 번째 그림), 미적인 면에서는 VMD가 더 나은 것 같다. (세 번째-다섯 번째 그림) ball-and-stick model 말고도 licorie, tube 등 다양한 model을 제공해서, 여러 분자를 한 figure에 그릴 때 시각적으로 쉽게 구별이 가능하게 할 수있고 (윗 그림), 특정 부분을 강조할 수도 있다. (아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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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탄소는 검은색이라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청녹색칠을 한 것도 마음에 든다.

책: 동물 농장

얼마전에 러시아 혁명사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는데, 때마침 동물 농장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보니 정답을 알고 시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조금 들긴 했지만, 비유가 너무 적절하고 신랄해서 즐거웠다.

각 동물들이 상징하는 인물이 누구일까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두 리더 돼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으로 표현되는 인물이 트로츠키, 스탈린인 것을 눈치챌 수 있었으니, 러시아 혁명사 공부를 아주 허투루 한 것은 아닌가보다.

그 외에도 10월혁명, 독일의 러시아 침공 등 러시아 혁명 전후의 역사적 사건을 우화로 잘 만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