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토끼

같은 랩 포닥이 휴가를 가면서 애완묘 ‘안안’을 10일 가까이 봐주게 됐다.

  1. 안안
    크리스마스 이브날 토끼를 분양받았다고 한다. 중국말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평안절이라고 하는데 분양받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안안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2. 수명
    대략 10년 정도 산다고 한다. 안안이 8살이니까 사람으로 치면 할머니라고 할 수 있다.
  3. 사과
    여러가지 간식을 줘봤는데, 그 중에서 사과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멀리서 사과향기를 풍겨주면 뒷발로 일어나서 케이지를 물어뜯고 난리다. 사과를 먹으면서 과즙이 발에 묻으면 그걸 없애려고 광적으로 핥는다. 그게 꼭 두손 모으고 인사하는 것 같아서 너무 귀엽다.
    https://youtu.be/SPoVIolb9vA?t=30s
  4. 토끼똥
    구형 고체. 말린 콩 같다.

  5. 물을 조금밖에 마시지 않는다. 200ml 정도 채워놓으면 5일 이상 간다. 물을 저렇게 조금 먹으니까 토끼똥을 싸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발에 물이 묻는걸 엄청 싫어하는 것 같다. 물이 묻으면 광적으로 핥아서 없애려고 한다.
  6. 의사소통
    교감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간식을 주는 내 손만 알아보는 것 같다.

  7. 토끼를 관찰해보면 토끼잠이란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낮에도 시도 때도 없이 웅크리고 눈을 감고 자다가, 잠이깨면 눈만 살짝 뜨고 보다가 또 잠드는 것을 반복한다.
  8. 냄새
    동물 특유의 누린내가 약간 난다. 심하진 않지만, 옷에서 그 냄새가 느껴진다.
  9. 울음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시그니처 울음소리는 없지만, 당근을 주면 막 ‘우우우’ 비슷한 소리를 낸다.
  10. 산책
    강아지들처럼 목줄메어서 야외로 산책 나갈 수 없어서 아쉬웠다.

잡담: 친구

나이가 들수록 새 친구를 만드는 것이 힘들어진다.

예전에는 저 사람은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이런식으로 맞춰야 친해질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노력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나랑 안 맞다 생각되면 그냥 내 삶에서 지워버린다.

혼자 지내는 것이 처음에는 외롭고 불편한 부분도 많았지만, 적응이 되고 나니까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장점으로 느껴지는 것도 많다.

 

논문: 금수저

그룹에서 새 페이퍼가 나왔다. 교수님이 논문에 이름이 올라간 애들한테 축하한다고 말해주는데 처음 보는 이름이 있었다. 2년반동안이나 그룹에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 의아했다. 물어보니까 옆 랩 교수님 딸인데, 방학동안 랩에 와서 실험배우고 간단한 실험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Chem. Mat. 페이퍼를 가지게 됐다. 과학계의 금수저.

그 애의 아버지가 교수가 아니었다면 걔한테 그런 기회가 왔을까…

왠지 허탈하다.

논문: 그래프

요즘 부쩍 예쁜 그래프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내 전공이 아닌 논문도 후루룩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그래프가 있으면 Mendeley figure section에 따로 저장을 해둔다.

그러다보니 표절에 가까운 (…) 그래프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프 스타일로 표절 테스트에서 걸리진 않겠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예전에는 논문 그래프는 무조건 오리진으로 그려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엑셀을 더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논문에 사용한 그림 중에 오리진을 사용해야될만큼 복잡하거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엑셀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파스텔톤 색깔이 너무 마음에 든다. 예전 지도교수님은 색을 이용한 그래프보다는 흑백프린터를 사용하는 연구자들을 위해서 패턴을 이용한 그래프를 강조하셔서 다양한 색깔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지도교수님은 따로 말씀이 없으셔서 마음대로 시도해보고 있다.  하루종일 그래프 하나 그리고 있는 걸 알면 속상하시겠지…

 

잡담: 지도교수님과 식사

나랑 같이 일하던 대학원생 하나가 그만두고 나가게 되어서, 지도교수님과 셋이서 식사를 했다. 그동안 이메일을 통해 교수님과 소통해왔던지라 장시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할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요즘 나의 관심사가 한국정치, 미드, 그리고 아프리카로 너무 한정되어서,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힘들다. 스포츠, 연예인 가십거리 등 여러가지를 알아야 쉽게 대화거리를 찾을텐데… 차라리 연구 이야기를 하는게 더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니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간단하게 햄버거나 일식을 먹을 줄 알았는데, 굳이 메인 스트릿까지 가서 이탈리안을 사주셨다. 다행히 같이 간 애가 말이 많아서 맞장구나 처주고 가끔 끼어들면 되어서 생각보단 수월했지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식사였다. 대학원때는 지도교수님 연세가 많으셔서 대하기가 어려운가보다했는데, 형 같은 지도교수님을 상대로도 이렇게 쩔쩔매는 것을 보면 딱히 나이 때문은 아닌것 같다.

 

논문: Electronic Coupling

근 2년간 작업한 논문이 오늘 억셉되었다.

메인과제가 실험과의 코웍이라 직접 실험을 해야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컴퓨터가 노는 시간도 덩달아 늘어났다. 나는 일하는데 컴퓨터가 노는 꼴을 보자니 왠지 화가나서 스크립트 한번 짜 놓으면 우려먹을 수 있는 벤치마크 페이퍼나 하나 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초고는 진짜 쓰레기였다. Mean signed error, mean unsigned error, standard deviation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방법론이 제일 좋다는 것만 제시하는, 분석이나 화학적 통찰은 전혀없는 정말 잘해봐야 JPC A 겨우 갈 수 있는 페이퍼였다. 결과는 꽤 흥미로운것 같은데 왜 이렇게 밖에 못 쓸까 정말 답답했다.

폴 형님이 초고에 양념을 좀 쳤다. 막연하게 overlap integral이 커서 결과가 이렇다고 써 놓은 걸 self-interaction error를 이용해서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니까 페이퍼가 꽤 괜찮아보였다. 이정도면 JCTC급은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더 이상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 딱히 보이진 않았다.

폴 형에게 논문을 보내면 보통은 하루 이틀안에 답장이 오는데 이번엔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논문의 앞뒤를 완전히 뒤집어 엎으라고 했다. 벤치마크 결과가 이러니까 이 방법이 제일 좋고 그 근거는 이렇다가 아니라, 그 방법이 제일 좋을 수밖에 없는 근거를 수식으로 먼저 보여주고 벤치마크 결과가 우리의 수식을 확인해준다는 식으로. 지금 써놓고 보니까 그거 그냥 단락 순서만 바꾸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는데 너무 힘들었다. 이미 내 사고방식이 전자에 맞춰져있다보니 논리전개가 잘 되지 않았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수정본을 다시 폴에게 보냈다.

폴이 manuscript를 2500단어로 줄이고, 그림숫자를 3-4개로 맞추라고 했다. JPC letter에 투고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자질구레한 말들을 다 처내고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만 남겨놓고보니 깔끔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이론에 여러가지 approximations을 사용해서 간단화시킨 정도지만 내가 유도한 수식을 논문에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

수식을 전개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유도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논문 형식으로 깔끔하게 쓰는 것은 더 힘들었다. 폴 형이 논문 영어를 잘 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부분은 내가 준 20줄 가까운 수식을 보기좋게 배열해서 가독성을 엄청나게 높인 점이다. ‘아, 이런 사람이 교수하는구나’하는 존경심이 들면서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절망감도 같이 느꼈다.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나는 논문을 write할줄은 알아도, articulate할줄은 모르는구나…’ 내가 교편을 잡는 기회가 온다면 학생들에게 폴형의 논문을 꾸준히 읽힐 생각이다. 분야에 상관없이 영어공부의 목적으로. 물론 나도 같이…

그리고 이 논문을 쓰면서 지도교수님이랑 직접 만나서 대화한적은 10번, 아니 5번도 안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의사소통을 이메일로 한 것 같다. 이것은 나에 대한 배려인가…

Letter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피드백이 엄청나게 빠르다는 거다. 투고하고 2주만에 리뷰가 왔고, 리비전도 1주만에 끝냈다. Submit하고 23일만에 출간. 모든 논문 진행이 이렇게 빠르면 얼마나 좋을까. 빠른 리젝, 빠른 억셉.

논문: Impact Factor 2016

임팩트 팩터 따위 신경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연구를 하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남들이 나의 연구 성과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임팩트 팩터이다보니 무심해지기가 어렵다.

심지어 대학교수 임용때도 팩터10이상인 논문이 있는가 없는가가 서류통과 기준인 곳도 있으니.

아무튼 2016년 임팩트 팩터가 나왔다.

내가 처음으로 1저자 논문을 낸 Journal of Computational Chemistry는 3.648에서 3.229로  0.4 가까이 떨어졌다. 나같은 놈의 논문을 받아주어서 그런걸까… 저널 순위도 화학 41위에서 53위로 12계단이나 하락했다. 사실 JCC는 논문을 좀 쉽게 받아준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리비전 과정에서 받은 코멘트들이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Inorganic Chemistry는 4.820에서 4.857로 거의 현상 유지. Inorganic Chemistry 부문 4위도 계속 유지.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C도 4.509에서 4.536으로 거의 현상 유지. 물리화학 분야 30위에서 31위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Q1 유지.

이런 저런 저널들을 찾아보다가 자연대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꿔보는 네이처를 찾아봤다. 40이 넘는 임팩트 팩터 자체도 압박이지만, category가 그냥 Multidisplinary Science인 것이 진짜 간지다. 나는 저런 저널 언제 한번 써보나…

논문: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교수님에게 draft를 보내고 나서 답장이 너무 빨리 오면 ‘이렇게 금방 코멘트를 달 수 있을정도로 형편이 없나’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너무 늦게 오면 ‘그렇게 고칠 것이 많나’ 싶어서 우울해진다.

지금은 후자의 이유로 우울함.

논문: 리젝2

올해 두번째 리젝

자의에 의해 서브밋을 안했으므로 리젝이라고 하기도 뭣하다만…

아무튼 왜 서브밋을 안한건지 모르겠다.

리뷰어가 영어만 지적하고 다른건 특별히 지적하지 않아서 무난히 억셉되는 각이었는데…

하….

 

논문: 리젝

지난달에 “Journal of Inorganic Chemistry”에 투고했던 논문이굉장히 신랄한 비판과 함께 리젝당했다.

사실 시스템이 금속이란 거를 제외하곤 무기화학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임팩트 팩터에 눈이 멀어가지고 한 번 찔러봤던거라 기대가 없었던만큼 실망할 것도 없다만 코멘트들을 읽다보니까 굉장히 화가 난다.

몇 가지 코멘트를 소개하면,

  1. 방법은 logic하지만, 결과는 maximal error를 낼 게 분명하다.
    — ‘is going to’라니…
  2. 에너지, 엔탈피, 깁스 자유 에너지를 섞어써서 따라가기가 어렵다.
    — 틀린 것도 아니고…
  3. Zero point energy를 무시하면 안된다.
    — 그래서 포함시켰습니다만…
  4. 상대론 효과를 어떻게 봤다는건지 잘 모르겠다.
    — 상대론계산-비상대론계산=상대론효과 아닐까요?
  5. Parameter tweaking은 해선 안된다.
    –대가가 하면 최적화, 쪼랩이 하면 트위킹이죠.
  6. 엔트로피가 왜 나오냐?
    — 하……
  7. CAM-B3LYP은 이런 시스템 계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 제가 몰랐네요…

이외에도 제대로 읽은건지 의심스러운 질문이 많이있다.

일방적으로 말도 안되는 코멘트를 줄창 받으니까 화가 난다.

리뷰어가 누군지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리뷰어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도입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중요한 논문을 인용하지 않았다고 빼애애애액하는걸로 봐서 리뷰어가 이 논문의 저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다시는 이런 리뷰어에게 심사받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