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Orange is the New Black

인생에서 역대급의 멘붕을 일으킨 사건을 겪고나니, 뭔가 집중할 거리가 필요했다. 운동할 기력은 없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도 없는 상태라 나에게 남는 것은 미드 뿐이었다. Netflix origianal 시리즈 중 가장 많은 view를 기록한 Orange is the New Black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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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복 색깔 때문에 제목에 orange가 나오는건 알겠는데, the new black은 무슨 말인지도 모른체 쭉 봤다. 이 글을 쓰기 직전 몇 가지를 찾아보다가 A is the new black이라는 말이 A가 새로운 유행이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숙어임을 알게되었다. 감옥에 갇히면서 죄수복을 입게 된 사람들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 같다.

마약상인 여자친구를 돕다가 공항에서 잡혀서 징역을 살게 된 Piper가 교도소에서 겪는 이야기.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은 이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게 위로가 되었다. 남의 불행에서 나의 행복을 찾는 것처럼 잘못되고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지만, 현실은 그랬다.

교도소를 주제로 한 미드라고 하면 프리즌 브레이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메인테마가 ‘탈옥’이라면 OITNB는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고 위기의 연속이라면 OITNB은 반대로 코메디+드라마 요소가 훨씬 강하다. 교도소 안에서 반란이 일어나 교도관이 죽는 심각한 상황마저도 코믹하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무작정 실없이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고 나름 큰 흐름을 관통하는 심오한 주제들이 있다. 다양한 인종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남성 교도관에 의해 저질러지는 성범죄, 교도소를 민영화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두고 대립하게 되는 사회복지 등등.

등장인물들이 꽤 많다. 얼핏 머리속에 떠오르는 인물만 해도 20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생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Nicky, Morello, 그리고 Black Cindy다.

Nicky는 순전히 목소리 때문이다. 특유의 껄렁껄렁한 말투와 걸걸한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소위 말하는 걸크러쉬가 이런 것인가 싶다. Morello는 약간 사랑에 미친 이탈리아 여자다. 좋게 말하면 낭만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스토커… 아무튼,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순진한 소녀감성이다. 첫 에피소드에서 Piper가 교도소에 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굉장히 친절하게 도와준다. 예전에 미수다에 나온 크리스티나가 영어를 한다면 이런 악센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Black Cindy는 말하는 내용 자체도 너무 재미있고, 흑인 영어 특유의 익살스러움, 오버액션 같은 것들이 너무 좋다. 머리스타일도 귀여운데, 코셔푸드가 맛있어서 유대교로 개종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엉뚱한 행동들은 더 귀엽다.

신기하게 한국말이 두 번이나 나온다. Piper가 Red에게 “한국에서는 그것을 ‘기분’이라고 부르죠”라고 말하는 장면과 Piper 동생이 임신하고”음악가로서의 ‘영감’을 받기 위해 레코드샾에 왔다”고 하는 장면이다. 김치는 가끔 나오는데 기분과 영감은 너무 의외의 것이라 반가웠고, 발음이 생각보다 정확해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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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로 시작된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드디어 보았다. 기대한만큼 몰입해서 봤다. 멀쩡한 학생들을 빨갱이로 ‘만들고’, 수사관에게 애국자인지 월북자인지 선택을 강요하고, 시위하는 학생들을 때려잡는 백골단의 모습 등을 보면서 분노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런 악귀와 같은 짓을 한 것일까란 궁금증이 항상 있었다. 이게 나라를 위한 길이다와 애국의 관점만으론 그들의 잔인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으로도 구체적인 행동의 동기를 시원하게 설명할 순 없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에서 그런 악마화된 사람들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바로 대공처장 (김윤석)이 교도관 간부 (유해진)를 취조하면서 자기 가족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장면이다. 고아인 한 남자아이를 데려와서 부모님이 키워줬더니 인민민주주의하겠다면서 지주인 자기 부모님을 죽창으로 찔러죽였고, 자신은 숨어서 그 장면을 다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김윤석에게 공산당은 악마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은 개인의 잘못을 쉽게 타자화, 범주화시킨다. 타인의 잘못을 비난하고 싶을 때, 그 개인이 속한 여러 집단 중에서 나와 다른 부분을 찾는다. 성별, 나이, 인종, 고향, 교육 등 나와 그들을 가를 수 있는 기준은 차고 넘친다.  적당한 기준을 찾은 후에는 타인이 속한 집단 전체를 개인과 동일시하여, 그 집단을 욕하기 시작한다. 개인을 직접 비난한다는 부담을 덜고, 추상화된 집단을 언급함으로써 거친 표현을 사용하는 죄책감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요즘 것들은, 흑인들은, 전라도 사람들은, 대학도 안 나온 것들은 등으로 시작하는 말들. 예를 든다는 핑계로도 별로 쓰고 싶지 않은 말들이다.

개인의 경험은 그 어떤 다른 간접 체험보다 강렬하다. 더군다나 수적으로 제한된 경험을 한 개인에게 개인과 집단은 다르다고 해봐야, 그 사람에겐 자신이 겪어본 개인이 그 집단을 묘사할 수 있는 유일한 체험인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김윤석이 불쌍해보였다. 우리 사회가 개인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해서 하나의 괴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열심히 보는 Orange is the New Black이란 드라마에서, 약쟁이가 된 범죄자에게 가족들이 we failed you라고 말하면서 우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영화: 강철비

동생이 말하길, 요즘 한국에서 강철비, 1987, 신과함께 이 세 영화를 안보면 간첩 취급당한다고 한다. 자기도 미국에 있으면서 저런 말을 하다니…

북한의 스파이가 내려와서 공작을 펼치는 그런 흔한 액션 영화일 것 같아서 큰 기대를 안했는데, 여러 가지 국내/국제 정치에 관련해 내 생각과 비슷한 포인트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자기들의 이익에 따라 전쟁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과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한국. 미국이 너희의 안보는 너희 스스로 책임져야지, 지켜달라고 징징거리지만 말고 동맹국 입장도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볼 때 입맛이 씁쓸했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한테 뭘 바라는건지. 동맹이란 것이 결국 서로에게 이득을 취할 부분이 있을 때에만 함께 피를 흘리는 그런 수준의 관계인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피를 흘리며 싸워준 참전용사들에 대한 은혜는 잊지 말아야겠지만, 그 참전을 결정한 워싱턴 사람들이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도와준 것만은 아니란 것도 항상 인지해야겠다.

북한을 어떻게 처리해야되는가를 두고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간의 갈등도 흥미로웠다. 이경영 아저씨가 당선인 역할로 나와서 이 아저씨가 북한 다 때려부시자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와 코드가 맞는 말들을 해서 당황했다. 북한을 핵폭하면 북한 주민들이 우리를 동포로 생각하겠는가, 한 민족이라는 당위성을 빼고서 경제적인 면에서라도 통일을 생각해봐야된다는 것들이 특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대통령에게 북한을 폭격하기로 결정했다는 전화를 받을 때 읽고 있던 책 ‘원래 하나였던 것은 다시 하나가 되어야한다’, 사무실에 걸려있는 ‘행동하는 양심’ 등의 장치로 당선인의 컬러를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북한 1호와 핵무기를 트레이드함으로써 평화를 달성한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남북한이 똑같은 숫자의 핵무기를 가지면 거시적인 힘의 균형은 이뤄지겠으나, 핵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대상이 두배로 늘어난다. 북한의 김씨를 어르고 달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미국 총기 소유 찬반 논란과도 직접 연관이 된다. 옆집 사람이 총을 소유하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로, 나도 총을 가지고 혹시 모를 옆집 사람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한다 (공화)와 옆집 사람 총까지 싹 다 국가가 압수하거나 관리해야한다(민주)로 나뉜다. 나는 쫄보라 그런지 몰라도, 그냥 총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평소엔 북한이라는 존재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다가 한국행 비행기가 중국, 북한을 거쳐 바로 서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빙 둘러 인천으로 들어갈 때마다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13시간 비행을 끝내고 한시라도 빨리 한국에 가고 싶은데, 방향을 틀때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다.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근대적인 것이라면, 통일까진 아니고 서로 왕래라도 가능한 사이가 되면 우리 삶도 많이 바뀔 것 같다.

책: 동물 농장

얼마전에 러시아 혁명사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는데, 때마침 동물 농장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보니 정답을 알고 시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조금 들긴 했지만, 비유가 너무 적절하고 신랄해서 즐거웠다.

각 동물들이 상징하는 인물이 누구일까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두 리더 돼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으로 표현되는 인물이 트로츠키, 스탈린인 것을 눈치챌 수 있었으니, 러시아 혁명사 공부를 아주 허투루 한 것은 아닌가보다.

그 외에도 10월혁명, 독일의 러시아 침공 등 러시아 혁명 전후의 역사적 사건을 우화로 잘 만든 것 같다.

책: 채털리 부인의 연인

귀족 채털리 마님 코니, 하체불구인 그녀의 남편 클리퍼드, 그리고 그들에게 고용되어있는 사냥터지기 멜로즈 사이의 이야기.

하체가 마비되어 자식을 가질 수 없는 남편 클리퍼드는 와이프 코니에게 다른 남자와의 ‘가벼운 연애’를 통해서 자식을 잉태해오면 자기 자식처럼 키우겠다고 말한다. 코니와 사냥터지기의 첫만남이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풍겼다. 하체가 마비된 샌님 클리퍼드와 대비되는 사냥터지기라니…  코니가 샤워하는 사냥터지기를 훔쳐보는 것에서, 이 둘 사이에 뭔가 있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멜로즈가 기르는 어미닭이 새끼꿩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니가 잉태한 애의 아빠는 사냥터지기구나란 걸 알 수 있었다.

둘은 어떤 정신적 교감이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전에 섹스부터 한다. 요즘 시체말로 선섹스 후연애냐, 선연애 후섹스냐라는 말이 있는데, 이 둘은 선섹스 후연애를 하는 셈이다. 육체적 관계가 정서적 친밀감을 높인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특별함에 대한 환상이 아직 남아있는 나에겐 선섹스 후연애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코니가 사냥터지기를 몰래 만나러 가는 장면, 그런 코니를 기다리고 있는 사냥터지기의 모습, 둘이 보내는 하룻밤, 베니스로 떠나기전 마지막밤을 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연애할 때의 설렘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나저나, 영어의 사투리는 어떻게 나타나는 걸까. 번역하시는 분이 사냥터지기의 사투리를 ~했구만유, ~했쥬와 같은 충청도 사투리로 바꿔놔서 자꾸 백종원 아저씨가 떠올랐다…

책: 러시아 혁명사 강의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은 세계 역사뿐만이 아니라 우리 역사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사상을 가졌던 사람들인지를 모르니까 그저 막연하게 공산주의자들이라는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얕게나마 그들의 생각과 사상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다른 곳에서 저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된다면, 머리속에 어떤 캐럭티인지 정도는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뒷부분에서 다루어지는 좌파정당이 지향해야하는 가치와 미래의 모습들을 통해서 그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혁명의 긍정적/부정적인 부분을 잘 받아들이면 지금 현재의 자본주의가 가지는 한계점을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책을 읽고 이런 허섭스러운 감상평밖에 쓸 수 없는 내가 부끄럽다. 실제 책은 꼼꼼하게 설명해놓았는데 누워서 읽다보니, 머리속에 정리가 안되어서 rephrase가 불가능하다. 흑흑.

책: 뉴스의 시대

어떤 뉴스가 좋은 뉴스이고, 이상적인 뉴스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시사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2008년, 어떤 신문을 통해 세상을 보아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당시에는 진보/보수, 옳음/그름, 선/악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무지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좋은 신문이란 꾸밈이나 과장, 그리고 기자의 편견 없이 사실을 드라이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과연 어떤 신문이 그런 일을 가장 잘하는가를 중점에 두고 여러 신문을 탐색했다.

나는 진보/보수 둘 다 사실을 왜곡할 것이므로 진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둘의 시각을 모두 섭렵한다면 나 스스로가 그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쪽’이 자기들의 논거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맛사지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흰 탈락이야! 안타깝게도 왜곡된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주장은 논리적이지도 않다. 한마디로 모양 빠지는 느낌.

알랭 드 보통은 좋은 뉴스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법인세가 내리고, 누가 국회의원이 된 것이 지니는 의미,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내가 어떻게 다 알겠는가.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는 어떤 가치관을 바탕으로 사실을 설명해주는 해설서 혹은 사실들을 취합하여 자기 주장을 펴는 논문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정확한 사실 전달은 당연히 기본으로 깔고 가야되고. 운이 좋게도 내가 선택한 신문/매체들은 심각하게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실수는 있는 것 같다), 올바른 관점을 가진 것 같고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덤으로 주장도 꽤나 논리적이다.


재난 뉴스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인상깊었다. 날이면 날마다 굉장히 끔찍한 사건, 사고가 뉴스에서 흘러 나온다. 이런 끔찍한 일이 뉴스를 통해 소개될때 사회는 어떤 이익을 얻게 될까. 아마도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의 재난 뉴스를 보면 그런 공익추구보다는 대중의 관음증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에 온통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의붓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등 흔히 우리가 막장이라고 부르는 그런 소재들 말이다.

인류가 오랜기간 사랑해온 유명한 고전소설들도 사실 이런 막장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 이런 것들이 명작이 되는 이유는, 독자로 하여금 책 속의 인물에 깊이 공감하여 자신과 동일시하게 만들고 그 사람이 초래한 비극이 마치 나의 잘못인것 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반성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악을 저지르는 사람이 나와는 아주 다른 존재가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특정 상황이 되면 저럴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공포라는 알 수 없는 두려움/혐오감을 본인이 주연이 되는 비극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뉴스는 독자로 하여금 범죄자를 완전히 타인시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사회계몽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뉴스 한 편 한 편이 저런 명작이 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사고들만이라도 보다 깊이있게 다뤄주는 기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정치/해외/경제/셀러브리티/소비자정보 뉴스를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뉴스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평생을 지방에서 살아온 나는 서울에 간다는 것은 큰 이벤트 중 하나였다. 가기 며칠 전부터 어디를 구경해야지, 누구를 만나야지 계획을 열심히 세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대부분 술집이 많고 접근성이 좋은 강남이나 친구들 집이 있는 동네만 다녔던 것 같다.

서울에 궁궐을 포함한 문화유산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에 아는 것이 없었기에 딱히 가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끔 인터넷의 사진을 보면서 사진 찍기에 참 좋은 배경이구나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이 출간된 소식을 듣고 읽어보았다. 이 시리즈가 예전부터 굉장히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일단 그림이 많아서 실제 그곳을 여행하는 것처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궁궐이나 옛 건물의 구조를 설명하는 단어들 중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서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사진이 많은 도움이됐다.

또 문화재를 묘사하는 다양한 표현과 그 뒤에있는 역사와 배경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음식을 평가할 때에도 나는 그저 맛있다, 맛없다 정도 밖에는 표현할 줄 몰라서 멋이 없는데, 주변에 그런걸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문화재 답사에서만큼은 그런 답답함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차원적으로 문화재의 구조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서 있었던 일, 건물과 관련된 사람의 이야기 등을 들려주는 것도 좋았다. 한 건물에 얽힌 여러 왕의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가끔 정신이 혼미해지긴 했다. 조선왕조의 역사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있으면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예전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나서 전문가가 된줄 알았는데, 지금와서 남은건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광인효현 숙경영 정순헌철고순’으로 외운 왕이름 순서뿐이다.

여러 궁궐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성균관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숙사에서 아침밥 잘 안먹고, 사감 선생님 눈 피해서 놀러다니고 했던 건 똑같은 것 같다.

“유형의 문화재에서 무형의 가치를 새긴다”

미드: The Crown Season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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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만든 작품, The Crown.

영국 영어

여왕님의 우아한 영국식 악센트에 반해버려서 시즌2까지 쭉 봤다. 역시 영어는 영국영어. 글로는 옮길 수 없는 그 특유의 억양은 정말 사랑스럽다. 우리나라 사투리 중에 저런 사랑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아, 귀를 즐겁게 해주는 매력으로 봤을 때는 일본어도 영국 영어에 뒤지지 않는다. 일본 성우들 칭찬해…

OO 엄마

시즌1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위를 물려받는 것까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어서 다큐의 느낌이 강했는데, 시즌2는 궁중 연애물 느낌이 많이 난다. 엘리자베스와 필립이라는 여자와 남자의 사랑과, 여왕의 그늘에 항상 가려져있는 에든버러 공작 (필립의 지위)이 가지는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갈등.

에든버러 공작은 항상 여왕의 그늘에 가려서, 여왕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존감도 낮아지고 둘 사이엔 사소한 일로도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아진다. 내가 삶을 주도해나가는 남자와 그것을 서포팅하는 여자의 구도가 너무 익숙해서, 두 역할의 성이 바뀐 장면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보는 내내 어색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한 사람을 고유의 독립된 인격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도 느껴볼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누구의 여자친구, 누구의 엄마 등이 되겠다. 나는 언젠가 결혼을 하더라도 와이프를 절대 누구 엄마라고 부르진 않을 것이다.

성공적인 결혼 생활

여왕이 나라의 중대한 일은 전부 정치인들과 의논하고, 자기의 의견은 언제나 뒷전이고 서포팅만 해야하는 처지 때문인지 필립은 자주 겉돈다. 방탕한 생활에 쉽게 빠지고 외도도 여러번한다.

한 커플이 연애를 넘어서 결혼이라는 제도로 들어가면 큰 일이 없는 이상 적어도 30년 이상은 함께 해야한다. 연애도 3년이 넘어가면 대단하다고 하는데, 한 지붕안에서 볼꼴 못볼꼴 다 보면서 어떻게 30년 이상을 살수 있을까. 이건 내가 25살때부터 생각해본 주제이다.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부부가 각방을 쓰면 어떨까 싶다. 돌이켜보면 나는 연인관계라는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나 자신을 없애고 상대방에게도 너를 없애라는 요구를 한 것 같다. 둘만을 위한, 둘만 있는 그런 관계가 되다보니 삶이 풍요롭지 못했던 것 같다. 한 집에 살되 각자의 공간이 있어서 삶의 독립성을 어느정도 유지한다면, 부부라는 관계속의 나와 혼자 독립된 나 사이의 균형이 어느정도는 맞지 않을까 싶다. 또 일주일에 두-세시간은 정해놓고 혼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Royal Family

입헌 군주제는 행정 수반을 시민의 손으로 뽑는 대통령제에 비하면 덜 떨어진 정치제도라고 생각했는데, 이 미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왕족이 계속 남아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자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의 먼 미래보다 당장의 정치 생명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과 그런것을 초월한 로얄 패밀리. 그런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롤모델이 우리 사회에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영국여행 

드라마를 보면서 영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공간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캐릭터와의 만남을 통해 의미를 가지는 공간을 직접 체험해보는 게 나에겐 더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게임: Clash Royale Challenger 2

클래시 로얄 처음 시작할 때는 전설 카드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징징댔는데, 이젠 대부분의 전설카드가 3렙이다. 카드도 메가나이트 하나 빼곤 전부 오픈. 일반 카드 만렙도 3개나 된다. 기사, 아이스스피릿, 미니언.

오늘 드디어 4300점을 넘어서 challenger 2를 달았다. 4250의 문턱에서 몇 번이나 주저 앉았던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시즌말이라 그런지 꽤 쉽게 올라갔다. challgner 2를 기념하여 현재 쓰고 있는 덱을 기록해 놓고 싶었다.

클로덱

3렙 광부를 썩히고 싶지 않아서 광부 위주로 덱을 짰다.

주공격

가장 강력한 공격은 기사/광부+해골무덤+빙결이다. 이 조합이 엘릭서 12짜리라 엘릭서 2배 모드 들어가기 전에는 타이밍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2분동안 맞아주면서 주로 방어를 하다가 1분 타이밍 때 한방으로 역전하는 경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빙결카드를 결정적인 순간이 올때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빙결카드는 노출만 되면 상대방이 유닛들 사이를 멀찍이 떨어뜨려서 재미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광부+기사/머스킷+아스, 광부+인드와 같이 광부가 어그로 끌고 나머지 딜러들이 딜하는 조합도 꽤나 재미를 본다. 서로 눈치보고 있을 땐 광부+아스를 던져서 상대방의 과잉방어를 유도한 후에 반격을 가하는 재미도 있다.

방어

인드를 넣기 전에 대형 유닛한테 맨날 털려서 클로 접기 직전까지 갔다. 전 덱은 인드 대신 프린세스여서 짤짤이 덱 막는건 최고였는데, 자이언트/페카/메가나이트를 앞세운 댁에는 판판이 깨졌다. 결국 마지막 퍼즐은 인드였던 것 같다.

대형유닛 – 아스로 어그로 왔다갔다하게 만든 후에 인드로 처리

호그라이더 – 기사/머스킷+아이스 스피릿. 한 두대 맞긴 하지만 역러쉬가 가능하다.

고블린갱 – 머스킷+타워로 처리

미니언패거리 – 머스킷+아스+타워. 미패+호그로 들어오는 조합이 가장 막기 어렵다. 아스로 미패를 전부 양념칠해도 미패 녹이는 동안 호그가 타워 피 절반으로 빼 놓기 때문이다.

고블린통 – 통나무.

Challenger 3

이 덱으로 챌린저 3을 갈 수 있을까? 빙결 타이밍에 따라 총 데미지량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서 눈치 싸움이 중요하다. 그 타이밍을 갈고 닦으면서, 인드와 통나무 3렙가고, 빙결 6렙을 만들 수 있다면 4600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