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동물 농장

얼마전에 러시아 혁명사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는데, 때마침 동물 농장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보니 정답을 알고 시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조금 들긴 했지만, 비유가 너무 적절하고 신랄해서 즐거웠다.

각 동물들이 상징하는 인물이 누구일까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두 리더 돼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으로 표현되는 인물이 트로츠키, 스탈린인 것을 눈치챌 수 있었으니, 러시아 혁명사 공부를 아주 허투루 한 것은 아닌가보다.

그 외에도 10월혁명, 독일의 러시아 침공 등 러시아 혁명 전후의 역사적 사건을 우화로 잘 만든 것 같다.

Advertisements

책: 채털리 부인의 연인

귀족 채털리 마님 코니, 하체불구인 그녀의 남편 클리퍼드, 그리고 그들에게 고용되어있는 사냥터지기 멜로즈 사이의 이야기.

하체가 마비되어 자식을 가질 수 없는 남편 클리퍼드는 와이프 코니에게 다른 남자와의 ‘가벼운 연애’를 통해서 자식을 잉태해오면 자기 자식처럼 키우겠다고 말한다. 코니와 사냥터지기의 첫만남이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풍겼다. 하체가 마비된 샌님 클리퍼드와 대비되는 사냥터지기라니…  코니가 샤워하는 사냥터지기를 훔쳐보는 것에서, 이 둘 사이에 뭔가 있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멜로즈가 기르는 어미닭이 새끼꿩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니가 잉태한 애의 아빠는 사냥터지기구나란 걸 알 수 있었다.

둘은 어떤 정신적 교감이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전에 섹스부터 한다. 요즘 시체말로 선섹스 후연애냐, 선연애 후섹스냐라는 말이 있는데, 이 둘은 선섹스 후연애를 하는 셈이다. 육체적 관계가 정서적 친밀감을 높인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특별함에 대한 환상이 아직 남아있는 나에겐 선섹스 후연애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코니가 사냥터지기를 몰래 만나러 가는 장면, 그런 코니를 기다리고 있는 사냥터지기의 모습, 둘이 보내는 하룻밤, 베니스로 떠나기전 마지막밤을 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연애할 때의 설렘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나저나, 영어의 사투리는 어떻게 나타나는 걸까. 번역하시는 분이 사냥터지기의 사투리를 ~했구만유, ~했쥬와 같은 충청도 사투리로 바꿔놔서 자꾸 백종원 아저씨가 떠올랐다…

책: 러시아 혁명사 강의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은 세계 역사뿐만이 아니라 우리 역사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저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사상을 가졌던 사람들인지를 모르니까 그저 막연하게 공산주의자들이라는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얕게나마 그들의 생각과 사상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다른 곳에서 저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된다면, 머리속에 어떤 캐럭티인지 정도는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뒷부분에서 다루어지는 좌파정당이 지향해야하는 가치와 미래의 모습들을 통해서 그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혁명의 긍정적/부정적인 부분을 잘 받아들이면 지금 현재의 자본주의가 가지는 한계점을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책을 읽고 이런 허섭스러운 감상평밖에 쓸 수 없는 내가 부끄럽다. 실제 책은 꼼꼼하게 설명해놓았는데 누워서 읽다보니, 머리속에 정리가 안되어서 rephrase가 불가능하다. 흑흑.

책: 뉴스의 시대

어떤 뉴스가 좋은 뉴스이고, 이상적인 뉴스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시사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2008년, 어떤 신문을 통해 세상을 보아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당시에는 진보/보수, 옳음/그름, 선/악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무지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좋은 신문이란 꾸밈이나 과장, 그리고 기자의 편견 없이 사실을 드라이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과연 어떤 신문이 그런 일을 가장 잘하는가를 중점에 두고 여러 신문을 탐색했다.

나는 진보/보수 둘 다 사실을 왜곡할 것이므로 진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둘의 시각을 모두 섭렵한다면 나 스스로가 그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쪽’이 자기들의 논거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맛사지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흰 탈락이야! 안타깝게도 왜곡된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주장은 논리적이지도 않다. 한마디로 모양 빠지는 느낌.

알랭 드 보통은 좋은 뉴스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법인세가 내리고, 누가 국회의원이 된 것이 지니는 의미,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내가 어떻게 다 알겠는가.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는 어떤 가치관을 바탕으로 사실을 설명해주는 해설서 혹은 사실들을 취합하여 자기 주장을 펴는 논문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정확한 사실 전달은 당연히 기본으로 깔고 가야되고. 운이 좋게도 내가 선택한 신문/매체들은 심각하게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실수는 있는 것 같다), 올바른 관점을 가진 것 같고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덤으로 주장도 꽤나 논리적이다.


재난 뉴스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인상깊었다. 날이면 날마다 굉장히 끔찍한 사건, 사고가 뉴스에서 흘러 나온다. 이런 끔찍한 일이 뉴스를 통해 소개될때 사회는 어떤 이익을 얻게 될까. 아마도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의 재난 뉴스를 보면 그런 공익추구보다는 대중의 관음증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에 온통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의붓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등 흔히 우리가 막장이라고 부르는 그런 소재들 말이다.

인류가 오랜기간 사랑해온 유명한 고전소설들도 사실 이런 막장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 이런 것들이 명작이 되는 이유는, 독자로 하여금 책 속의 인물에 깊이 공감하여 자신과 동일시하게 만들고 그 사람이 초래한 비극이 마치 나의 잘못인것 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반성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악을 저지르는 사람이 나와는 아주 다른 존재가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특정 상황이 되면 저럴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공포라는 알 수 없는 두려움/혐오감을 본인이 주연이 되는 비극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뉴스는 독자로 하여금 범죄자를 완전히 타인시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사회계몽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뉴스 한 편 한 편이 저런 명작이 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사고들만이라도 보다 깊이있게 다뤄주는 기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정치/해외/경제/셀러브리티/소비자정보 뉴스를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뉴스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평생을 지방에서 살아온 나는 서울에 간다는 것은 큰 이벤트 중 하나였다. 가기 며칠 전부터 어디를 구경해야지, 누구를 만나야지 계획을 열심히 세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대부분 술집이 많고 접근성이 좋은 강남이나 친구들 집이 있는 동네만 다녔던 것 같다.

서울에 궁궐을 포함한 문화유산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에 아는 것이 없었기에 딱히 가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끔 인터넷의 사진을 보면서 사진 찍기에 참 좋은 배경이구나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이 출간된 소식을 듣고 읽어보았다. 이 시리즈가 예전부터 굉장히 유명한 것은 알았지만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일단 그림이 많아서 실제 그곳을 여행하는 것처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궁궐이나 옛 건물의 구조를 설명하는 단어들 중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서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사진이 많은 도움이됐다.

또 문화재를 묘사하는 다양한 표현과 그 뒤에있는 역사와 배경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음식을 평가할 때에도 나는 그저 맛있다, 맛없다 정도 밖에는 표현할 줄 몰라서 멋이 없는데, 주변에 그런걸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문화재 답사에서만큼은 그런 답답함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차원적으로 문화재의 구조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서 있었던 일, 건물과 관련된 사람의 이야기 등을 들려주는 것도 좋았다. 한 건물에 얽힌 여러 왕의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가끔 정신이 혼미해지긴 했다. 조선왕조의 역사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있으면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예전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나서 전문가가 된줄 알았는데, 지금와서 남은건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광인효현 숙경영 정순헌철고순’으로 외운 왕이름 순서뿐이다.

여러 궁궐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성균관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숙사에서 아침밥 잘 안먹고, 사감 선생님 눈 피해서 놀러다니고 했던 건 똑같은 것 같다.

“유형의 문화재에서 무형의 가치를 새긴다”

책: 여자들은 같은 질문을 받는다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장난스럽게 나도 페미니스트다, 젠더감수성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페미니즘이 뭔지 잘 모른다. 여자가 성별로 인해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된다 정도의 막연한 느낌.

연초에 저자 (레베카 솔닛)의 인터뷰를 읽었다. 페미니즘 뿐만이 아니라 당시 미국 대선까지도 폭넓게 다룬 인터뷰라 흥미로웠다.  언젠가 저 사람의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기대한 것은 좀 더 이론적인 페미니즘, 그러니까 교과서와 같은 것이었는데 이 책은 에세이집이었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제목과 표지만 보고 고른다…) 여배우, 여기자 등 여성의 직업 앞에는 유독 성별을 표시한다, 성폭력의 원인은 피해자의 옷차림과 행동거지이다 등 널리 알려진 것부터 나는 잘 알지 못했던 여성 혐오의 사례까지 폭 넓게 다뤘다. 그 중 특히 공감이 가는 몇몇 대목이 있었다. 여성 혐오/차별은 여자 아이는 공주 인형을 가지고 놀고, 핑크색을 좋아하도록 강요한다. 그것은 동시에 남자 아이들은 로봇을 가지고 놀아야하고, 파란색이나 검은색과 같은 것을 좋아해야만 한다는 사회관념을 만든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다소 튀는 진홍색이나 빨간색 남방을 입었다고 선생님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여자친구들은 진홍색 바지를 입기도 했는데 굳이 왜 나에게만 그랬나 싶다. 여성 차별은 곧 남성 차별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혹은 주요한 역할을 맡는 영화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그 사람의 처지에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감정 이입해볼 여성이 없다는 거다. 그 사람의 처지를 공감하지 못하면 그 사람이 당하는 차별도 불공정함도 쉽게 이해할 수 없고 그런 것들이 분노를 일으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자의 권리 증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약자를 대변하려는 사상이다.

책: 목로주점

지원서를 쓰느라, 랩세미나 준비를 하느라, 논문을 쓰느라 등등 각종 핑계로 독서를 게을리하다가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에밀 졸라가 쓴 산업혁명 직후의 프랑스 파리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목로주점.

성실한 함석공이었던 쿠포가 불의의 사고로 희망을 잃고 술주정뱅이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보니까 조금 서글펐다. 그래서 사람에게 내일은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포닥 1년차 때 끝이 없는 실험의 실패 때문에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것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자꾸 떠올라서 읽는 동안 조금 힘들었다. 거기다가 불행은 혼자오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실험도 안되고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도 있었고.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지난 31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 바닥에 붙어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젠가’ 나도 교수가 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이었던 것 같다. 그 언젠가가 1년 후가 될지, 5년 후가 될지, 아주 먼 미래일지 몰라도 그 희망 자체가 힘이 되었다.

읽으면서 계속 든 느낌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막장드라마도 200년 후면 클래식이 될 수도 있겠다’였다.  일례로, 제르베즈와 쿠포가 현재 부부인데 거기에 전 남편인 랑티엔이 같이 한 집에 살게 된다. 그러면서 랑티엔이 제르베즈를 희롱하고, 쿠포와 랑티엔이 제르베즈를 때리는 등,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도 많았다.

 

 

책: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

2017년 10번째 책

최근에 문학 종류를 계속 읽다보니 교양과학 분야의 책이 좀 당겼다. 논문이나 읽을 줄 알았지 교양과학 책은 어떤걸 읽어야 좋을지도 몰랐다. 이것저것 뒤지다가 고른게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 읽고 나서보니 교양과학이라기보단 에세이집에 좀 더 가까운 것 같긴 하다만.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단순히 병을 보유한 개체로만 보는게 아니라 그 사람들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저 사람은 뇌의 어디가 다쳐서 구체적인 것은 못 보고 추상적인 것만 인식합니다’와 같은 과학 교과서 같은 서술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 어떨지 상상하고, 환자들의 처지를 공감하고 애석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폐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6자리 7자리 소수말하기 놀이를 한다는 것은 전에 다른 곳에서도 본적이 있었는데 어떤 메커니즘인지 궁금하다. 컴퓨터로 계산을 해도 한참이 걸리는 것을 몇 분만에 줄줄 말한다는 것은 자폐증에 걸리면 사람 연산이 컴퓨터보다 빨라지거나 아예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자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소수를 찾는 것일텐데, 그게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그러고보니 인간이 정말 두뇌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하다.

 

책: D-

2017년 8번째 책

스크린샷 2017-03-18 오후 8.19.23.png

손아람이란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영화 소수의견을 보고 난 후다. 영화가 재미있어서 누가 시나리오를 썼는지 찾아봤더니,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D-. 왠지 모르게 알파벳과 +,-,0가 조합이 된 문자를 보면 평점을 떠올리게 된다.

한 운동권 대학생의 이야기다.(나는 손아람 작가 본인이라고 추정한다.) 몇 페이지를 읽고 운동권 이야기길래 도덕적으로 완전 무결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너무나 평범한 모습과 행동, 그리고 솔직한 내면을 보여준다.

대공분실에 잡혀가서 그냥 조사만 할거라는 형사의 말에 속아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을 말해버린다.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여자는 과 선배의 연인이다. 주인공은 선배와 친한 사이이고. 그 둘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은 선배를 위로하면서도 그 여자를 생각한다.

주인공은 고문에 끝까지 저항하는 영웅도 아니고 사랑보단 우정을 선택하는 신의넘치는 사람도 아니다. 내 주변에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이 대학생 때 겪었을 법한 고민과 모습을 잘 그려냈다. 시대상 (친구가 스타크래프트에 중독된다거나…)도 적절하게 잘 반영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거기다가 운동권이라는 다소 생소하고도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생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책: 80일간의 세계일주

2017년 9번째 책

지구 한바퀴를 80일 안에 돌 수 있는가라는 내기를 이기기 위해 직접 세계일주를 떠나는 포그와 그 하인 파스파르투의 이야기를 풀어낸 쥘 베른의 소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사주신 전집에도 이 책이 있었다. 겉표지가 풍랑을 만난 배여서 소설이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일것 같아 손이 가지 않았다. 10년도 넘게지나 2017년이 되어서야 읽게 되었다.

런던을 출발하여 아프리카-인도-중국-일본-미국을 지나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일정. 어떤 코스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세계지리도 익혀볼겸 소설에 나오는 지명들을 구글맵스에 찍어보았다.

Screen Shot 2017-03-16 at 3.10.13 PM.png

예상대로 횡방향의 세계일주였다. 세계일주라 그러면 횡방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왜 그럴까. 세로로 한바퀴 돌수도 있지 않나?

인도에서 힌두교 의식으로 살아있는 여자를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간관념이 투철하다 못해 강박증세로 보이기까지하는 주인공이 굳이 시간을 내서 여자를 구출해주고, 힌두교의 의식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는건 상상도 못할 반인륜적인 행위이다. 그 사람들에겐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혹은 문화가 있다고 방어를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모든 사람이 동의하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자면 평등, 자유, 생명의 존엄성 등.

 

그 어떤것에도 흥미가 없어보이는 주인공이 유일하게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휘스트카드게임이다. 나는 저렇게까지 광적으로 좋아하는게 없어서 그런지, 저런게 있는 사람들은 왠지 좀 멋있어보이고 부럽기까지하다.

하인 파스파르투 때문에 내기에서 질뻔한 위기를 여러번 맞게 된다. 하지만 포그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는다. 포그가 화를 내지 않아도 파스파르투는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에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문유석 판사의 칼럼이 생각난다. 부하직원이 실수했을 땐 그 사실만 건조하게 지적해주라고. 그러기만 해도 부하직원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다고. 하긴 지도교수님은 한번도 화를 내지 않으셨는데 나는 교수님을 뵐때마다 식은땀이 났었지… 마음에 새겨두어야겠다.

얼마전에 그알싫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을 다루면서, 영국인들의 내기 사랑을 들은 적이 있었다. 소설에서도 포그가 80일안에 돌아올 수 있다 없다를 가지고 내기를 하고, 신문이 중계하고 난리다. 실제 영국에는 데이비드 베컴의 아들이 20년 후에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배팅하는 상품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