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

2017년 10번째 책

최근에 문학 종류를 계속 읽다보니 교양과학 분야의 책이 좀 당겼다. 논문이나 읽을 줄 알았지 교양과학 책은 어떤걸 읽어야 좋을지도 몰랐다. 이것저것 뒤지다가 고른게 모자를 아내로 착각한 남자. 읽고 나서보니 교양과학이라기보단 에세이집에 좀 더 가까운 것 같긴 하다만.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단순히 병을 보유한 개체로만 보는게 아니라 그 사람들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저 사람은 뇌의 어디가 다쳐서 구체적인 것은 못 보고 추상적인 것만 인식합니다’와 같은 과학 교과서 같은 서술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 어떨지 상상하고, 환자들의 처지를 공감하고 애석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폐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6자리 7자리 소수말하기 놀이를 한다는 것은 전에 다른 곳에서도 본적이 있었는데 어떤 메커니즘인지 궁금하다. 컴퓨터로 계산을 해도 한참이 걸리는 것을 몇 분만에 줄줄 말한다는 것은 자폐증에 걸리면 사람 연산이 컴퓨터보다 빨라지거나 아예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자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소수를 찾는 것일텐데, 그게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그러고보니 인간이 정말 두뇌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하다.

 

책: D-

2017년 8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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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람이란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영화 소수의견을 보고 난 후다. 영화가 재미있어서 누가 시나리오를 썼는지 찾아봤더니,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D-. 왠지 모르게 알파벳과 +,-,0가 조합이 된 문자를 보면 평점을 떠올리게 된다.

한 운동권 대학생의 이야기다.(나는 손아람 작가 본인이라고 추정한다.) 몇 페이지를 읽고 운동권 이야기길래 도덕적으로 완전 무결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너무나 평범한 모습과 행동, 그리고 솔직한 내면을 보여준다.

대공분실에 잡혀가서 그냥 조사만 할거라는 형사의 말에 속아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을 말해버린다.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여자는 과 선배의 연인이다. 주인공은 선배와 친한 사이이고. 그 둘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은 선배를 위로하면서도 그 여자를 생각한다.

주인공은 고문에 끝까지 저항하는 영웅도 아니고 사랑보단 우정을 선택하는 신의넘치는 사람도 아니다. 내 주변에 있을법한 평범한 사람이 대학생 때 겪었을 법한 고민과 모습을 잘 그려냈다. 시대상 (친구가 스타크래프트에 중독된다거나…)도 적절하게 잘 반영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거기다가 운동권이라는 다소 생소하고도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생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책: 80일간의 세계일주

2017년 9번째 책

지구 한바퀴를 80일 안에 돌 수 있는가라는 내기를 이기기 위해 직접 세계일주를 떠나는 포그와 그 하인 파스파르투의 이야기를 풀어낸 쥘 베른의 소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사주신 전집에도 이 책이 있었다. 겉표지가 풍랑을 만난 배여서 소설이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일것 같아 손이 가지 않았다. 10년도 넘게지나 2017년이 되어서야 읽게 되었다.

런던을 출발하여 아프리카-인도-중국-일본-미국을 지나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일정. 어떤 코스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세계지리도 익혀볼겸 소설에 나오는 지명들을 구글맵스에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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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횡방향의 세계일주였다. 세계일주라 그러면 횡방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왜 그럴까. 세로로 한바퀴 돌수도 있지 않나?

인도에서 힌두교 의식으로 살아있는 여자를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간관념이 투철하다 못해 강박증세로 보이기까지하는 주인공이 굳이 시간을 내서 여자를 구출해주고, 힌두교의 의식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는건 상상도 못할 반인륜적인 행위이다. 그 사람들에겐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혹은 문화가 있다고 방어를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모든 사람이 동의하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자면 평등, 자유, 생명의 존엄성 등.

 

그 어떤것에도 흥미가 없어보이는 주인공이 유일하게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휘스트카드게임이다. 나는 저렇게까지 광적으로 좋아하는게 없어서 그런지, 저런게 있는 사람들은 왠지 좀 멋있어보이고 부럽기까지하다.

하인 파스파르투 때문에 내기에서 질뻔한 위기를 여러번 맞게 된다. 하지만 포그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는다. 포그가 화를 내지 않아도 파스파르투는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에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문유석 판사의 칼럼이 생각난다. 부하직원이 실수했을 땐 그 사실만 건조하게 지적해주라고. 그러기만 해도 부하직원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다고. 하긴 지도교수님은 한번도 화를 내지 않으셨는데 나는 교수님을 뵐때마다 식은땀이 났었지… 마음에 새겨두어야겠다.

얼마전에 그알싫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을 다루면서, 영국인들의 내기 사랑을 들은 적이 있었다. 소설에서도 포그가 80일안에 돌아올 수 있다 없다를 가지고 내기를 하고, 신문이 중계하고 난리다. 실제 영국에는 데이비드 베컴의 아들이 20년 후에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배팅하는 상품도 있다고…

 

책: 로마의 일인자 3

2017년 7번째 책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두 번째 집정관에서부터 그의 은퇴까지를 다룬 로마의 일인자 마지막 파트.

  •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자신이 만든 최하층민 군대를 전쟁이 끝난 후에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아프리카 속주의 땅을 나누어 주고 그곳에 정착하게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자신의 피호민이나 다름없는 사투르니누스에게 그런 법을 만들도록 한다.
    그러한 부탁을 받은 사투르니누스가 원로원에서 한 연설이 인상적이다. 아프리카 속주에 로마 문화, 언어, 관습, 신, 생활방식를 전파해서 속주 주민들이 로마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그 결과 전쟁은 줄어들고 평화는 커진다는 것. 개성공단의 기본 아이디어가 저런 것이 아닐까 싶다. 북한군을 더 후방으로 물릴 수 있다는 것은 덤일테고.
  • 아우렐리아가 세입자를 쫓아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세입자와 말싸움을 하게 된다. 세입자가 당국에 고발하겠다고 하니까 수도 담당 법무관은 내 친척이고, 비서관은 내 시숙이고 등등… 지금이나 그 시절이나 빽이 중요한가보다.
  •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독재관에 가깝도록 오랜기간 집정관을 지내는 것을 보고 사투르니누스는 자신도 영구 호민관을 꿈꾼다. 때마침 로마의 곡물이 바닥나고 기근이 찾아온다. 사투르니누스는 이것을 기회로 삼아 원로원을 공격하고 말도 안되는 싼값에 곡물을 공급하겠다는 법을 만든다. 노답 노대책의 전형적인 파퓰리스트의 모습.
  • 에퀴티우스라고 티베리우스 그라쿠스 (한 시대전에 이미 죽은 사람이라 그의 말과 행동은 나오지 않지만, 대중들에게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정치인으로 묘사된다.)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호민관이 되는 사람이 나온다. 이인제 박정희.

다음 시리즈 풀잎관이 기다려진다.

 

책: 만들어진 신

올해 네 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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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책은 고등학교 입학과제로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본게 다였다. 사실 생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흥미가 없었던지라, 책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독후감도 어떻게 쓴지 모르겠다. 거의 책을 베끼다 시피했었던 것 같다.

나는 딱히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종교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떻게 보면 무관심에 가까운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랩 애들이랑 트럼프 취임식 이야기를 하다가,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고 제정분리의 나라인데 왜 성경에 맹세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미국엔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대통령하려면 기독교를 믿어야한다고, 아직 많은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그걸 지지하는 국회의원들도 많고.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보니 신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인지, 그걸 부정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책을 읽고나면 그 궁금증이 확 풀어지고 생각이 많이 바뀔줄 알았는데 내 생각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누가 나에게 신이 인간을 창조했냐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여전히 종교는 인간의 마음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 로마의 일인자 2

2017 6번째 책

전쟁이 일어나면 최하층민을 징집해서 군대를 만들 줄 알았는데, 로마 시대엔 최하층민은 군대도 갈 수 없었나보다.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읽다보니,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준비해야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전쟁물품을 준비할 여력이 없는 최하층민을 군대에 데려다 놓으면 나라에서 그 비용을 대줘야하고 그것이 재정파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 시절이나 요새나 재정파탄은 자주 나오는 레토릭인것 같다. 또 직업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곳이 있어야되는데 최하층민들은 그럴 곳이 없어서 폭도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최하층민이 전쟁에 나가서 공적을 쌓을 경우 발언권이 세질 수 있고 원로원의 기득권을 나누어주어야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총사령관이 계약직같은 처우라 재계약을 걱정하는 모습에 심히 공감이 간다. 비정규직 노동자란 말이 신문에서나 보는 말이 아니다…

게르만족에게 대패를 당하고 나서, 로마에 먼저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총사령관이었던 카이피오와 두 집정관의 협력권유 및 감시의 목적을 가지고 갔던 코타 사이의 경쟁이 나온다. 카이피오는 자기 책임 때문에 로마군이 몰살당한 것을 변명하고 물타기를 하려고 하고, 코타는 사실을 보고하려한다. 지금이나 그때나 속보 경쟁은 똑같나보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는다. 뭐야 이거. 역사를 바탕으로 한거라는데 벌써 죽는건 말이 안되는데? 했는데, 황제가 되는 카이사르는 아빠와 이름이 완전히 똑같다…

책: 로마의 일인자 1

2017년 5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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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7부작 중 1부, 로마의 일인자. (2부의 제목은 풀잎관, 3부는 포르투나의 선택, 마지막 4부는 카이사르의 여자들이다. 7부까지 있다곤 하는데 아직 번역이 안됐는지 4부까지만 한국에 나와있다.) 사실 이 책을 원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우연히 알라딘 홈페이지 구경하다가 알게 된 책이다. 홈페이지 입구에 ‘페이백 100 %’라고 대문짝만하게… 리뷰도 괜찮은 것 같고 서평도 좋은 것 같았다. 그래서 당장 내 돈 3만원 나가는건 생각 안하고, 3만 포인트 돌려받으면 돈 한푼 안내고 책 3권이 생긴다며 샀다. 예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로마 이야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충동구매의 원인 중 하나였다.

제일 앞페이지에 추천사가 있는데 이렇게 공격적인 추천사는 처음봤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그녀가 자처하듯 정말 아마추어였다”라고 혹평하고, 이 시리즈는 “전문가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기대감은 더 커졌다.

이야기의 시작 전에 로마 시 상세지도와 로마 시 중심가 지도가 나오는데 그 꼼꼼한 묘사에 엄청 놀랐다. 마치 작가가 나 그냥 소설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카이사르 집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중심인물이 될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술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카이사르의 두 딸, 율리아와 율릴라의 묘사를 읽을 때는 왠지 모르게 왕좌의 게임에 산사, 아리아 자매가 생각나기도 했다. 율리아는 키가 크고 성숙했다는 점에서, 율릴라는 말괄량이라는 점에서 저 자매가 떠오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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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묘사도 제법 자세하게 나온다. 카이사르가 마리우스에게 대접한 첫번째 식사의 여러 메뉴 중 가장 맛있어 보였던 건 다음의 메뉴다. “달걀과 치즈를 넣고 스펠트 밀가루를 빚어 만든 새알심, 저민 마늘을 한 겹 얹고 희석한 꿀을 발라 화로에 맛있게 구운 시골풍 소시지, 상추와 오이와 샬롯과 셀러리를 뒤섞은 샐러드, 브로콜리, 애호박, 콜리플라워를 부드럽게 찌고 밤을 갈아 기름과 함께 뿌린 훌륭한 야채찜”  이게 역사소설인지 먹방인지… 화로에 구운 소시지 맛있겠다…

배경이 기원전 로마일뿐 현실정치에 있을법한 치밀한 전술과 모략이 난무한다. 마리우스와 카이사르가 후원금을 주고 받으면서 자금 추적을 걱정하며 쪼개기 시도를 한다거나, 마리우스의 재력과 카이사르의 명예를 맞바꾸면서 서로 원하는 것을 취하기도하고,  법을 잘 이용하여 상급자를 얽어매고, 보밀카르를 체포하러가서 벌이는 법리공방 등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또 집정관과 그의 보살핌을 받는 피호민이란 개념이 나오는데 국회의원과 유권자들의 관계 같다. 피호민들을 위해 다리 만들어주고, 길 깔아주고, 그 댓가로 선거때 도움받고… 나는 국회의원과 유권자의 기브앤테이크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자세히 쓸 기회가 있겠지. 아무튼 저런 관계가 기원전부터 있었다고 한다면 현실을 바꾸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르가리타가 라틴어로 진주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 지금 다시, 헌법

2017 첫 번째 책

헌법이란 말을 일상생활에서 들을 일이 많이 없었는데, 영화 변호인 이후로 미디어에서 헌법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 것 같다.

그 이후로 여러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많이 인용해서, 나도 언젠가는 한 번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헌법 원문은 법조문이다보니 의미가 너무 함축적이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손석희 추천도서로 ‘지금 다시, 헌법’이란 책을 알게 되었고 겨울휴가동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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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은 서문, 전문, 그리고 총 10개의 장 (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개정)으로 되어있다.

우리 헌법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떤 이상향을 추구하는지, 국민의 기본권은 어떤것이 있고 그것은 어떻게 보장되어야하는지 세세하게 적혀있다. 헌법이라 그러면 추상적으로만 쓰여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국민의 기본권을 다루는 2장(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달린 해설들이 특히 좋았던 것 같다. 기본권이란 것이 왜 보장되어야하고, 국가는 그것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되는지, 그리고 바뀐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선 어떤 기본권이 헌법에 추가되어야하는지 자세히 풀어썼다.

그 이후로는 법 조문을 설명하는 부분 (대통령 임기가 몇년이고, 국회의원수는 몇명이고, 정부는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등등)이라 조금 흥미가 떨어지긴 했다.

2017 대선전에 다시 한 번 읽고 누구에게 한 표를 행사할지 정해야겠다.

풀꽃도 꽃이다

태백산맥을 감명깊게 읽은 후로 조정래 작가가 쓴 책은 거의 다 찾아서 읽어보았다.

이번 주말엔 신간 ‘풀꽃도 꽃이다’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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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로 대표되는 학벌주의, 전문직만을 최고로하는 풍조, 학교폭력, 커져만 가는 사교육 시장, 영어에 미쳐있는 한국인들, 무너져가는 공교육, 그리고 공교육이 나아가야할 길 등을 여러 등장인물의 다양한 사건들로 잘 묘사한 것 같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등장인물들 간 대화에는 은어나 비속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많았다. 심지어 ㅋㅋㅋ도 등장한다. 근엄하게만 보였던 조정래 아저씨의 작품에 ㅋㅋㅋ가 등장하다니. 한글 파괴라고 엄청 싫어하실 것 같았는데.  이것도 다 지금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장치 중 하나인 거겠지.

조금 아쉬웠던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너무나 순탄하고, 주인공들간 대화가 사회과학 책의 한 문단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수치와 근거자료들이 많이 등장해서 소설로의 재미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글로 설명해주기보단 사건을 통해 독자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태백산맥에서도 이런 느낌을 주는 부분이 좀 있었지만 그건 작품길이 자체가 워낙 길다보니 사회과학, 소설 각각의 재미를 다 포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론은 조정래 작가는 장편보단 대하소설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나도 학생 때 용돈벌이를 하기 위해 과외를 많이 했었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다른 학생들은 벌써 화학2 다 하고 일반화학하고 있다, 올림피아드 준비하려면 유기화학까지 봐야한다는 식으로 계속 불안감을 조장해가지고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을 권유하곤 했는데… 반성의 의미로 고등화학에서부터 대학의 전공분야까지 인터넷 강의를 준비하여 무료로 나누고 싶다. 그래서 아프리카TV에서 화학 모의고사 문제풀이를 해봤는데… 결과는 폭망. 아프리카는 EBS가 아니다..

중학교 때 운영되던 심화반이란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엘리트 교육이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개방적으로 운영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수학-과학 시험 성적이 좋은 애들뿐만이 아니라, 의욕이 있는 학생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더 많은 진주를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중2 때 동중 심화반을 떨어지고 나서 세상이 끝난 줄 알았다. 동중 심화반에서 배우는 것을 나 스스로 공부하기엔 너무나 수준이 높았고, 과외를 구하자니 부르는게 값이었다. 결국 그 한번의 시험 낙방으로 나와 친구들 사이엔 메우기 힘든 차이가 생겨버린 것이다. 나름 일년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중3때 다시 치른 시험에서도 나는 낙방했다. 내신관리를 잘한 덕에 과고에 진학하고 집중교육을 받은 덕에 그 차이를 메울 수 있었다. 만약 과고에 오지 못했다면 나와 친구들의 사이는 그때부터 계속 벌어져서 지금에 와선 보이지도 않는 차이가 되었을 것이다. 교육의 단계에서부터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

책을 읽으면서 문제점들은 많이 느꼈는데 명쾌한 해결책은 보이지가 않아 너무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