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지도교수님의 승진

며칠전 지도교수님이 테뉴어 심사 겸 부교수 승진 세미나를 하셨다.

세미나 제목이 Surveying reaction mechanism인만큼 내가 한 일은 발표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처음 몇 페이지에 photochemistry, electrochemistry 등등도 하고 있다고 간단히 소개된 정도.

자기가 직접 개발한 tool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두 개의 case study를 보여주었다. 놀라운 것은 두개다 자기 혼자서 실험 그룹과 cowork한 결과라는 것이다. Nature와 JACS. 우리랩에서 나온 가장 임팩트 높은 저널이란 점 때문에 저 두개를 선택했을 거라고 이해는 되지만, 그룹멤버가 포함되지 않은 페이퍼를 테뉴어 심사에 쓰다니 왠지 기분이 씁쓸하다. 저 둘 중에 하나라도 나한테 넘겨줬다면…

밥값을 제대로 못 한 건 아닌가 싶어서 괜히 불안하고, 미안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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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Check deposit

Check를 현금으로 바꿀려고 은행에 갔다. 도와주시는 분이 앱을 깔면 다음부턴 은행에 직접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한국 은행의 앱을 떠올린 나는, 그냥 니가 도와주는게 나을것 같다고 했다. 아주머니가 정말 간단하니까 한 번 시도해보라고 해가지고 chase 앱을 받았다.

Check 앞면 사진찍고, 뒷면 사진찍으니까 끝. 입금까지 대략 2시간정도 걸렸다.

미국이 왜 선진국인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잡담: 생일

이제는 몇 번째 생일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1987년에 태어났고 지금이 2017년이니까 태어난 1987년을 제외하면 30번째구나. 이렇게 셈을 해봐야 비로서 알게된다. 예전에는 형들이 나이 대신 OO년 생입니다라고 할 때 왜 굳이 나이 대신 태어난 연도를 말하는 건가 했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초등학교 때 생일파티를 돌이켜보니, 양념통닭와 제도샤프가 생각난다. 그 때는 집에서 어머니가 한 상 가득 차려놓은 생일상을 앞에 두고 친구들이랑 파티를 했었다. 희안하게 많고 많은 음식 중에 빨간 양념통닭이 유독 생각난다. 그리고 선물로는 제도샤프를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 금색의 제도4000을 사온 놈도 있고, 평범한 제도3000을 사온 놈도 있고. 연필도 아니고 그 많은 샤프는 다 어디 갔을까…

중학교 때는 세 번 다 피자헛에서 생일파티를 한 것 같다. 학교에서 상당히 멀리 살았던지라, 친구들을 집으로 부를 수가 없어서 외부에서 생일파티를 하게되었다. 생전 처음 보는 직원들이 축하해줘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린 나이에 주목받는 것이 마냥 좋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부터는 생일에 있었던 일들이 제법 디테일하게 기억난다. 반 애들끼리 돈을 모아서 생일케이크를 사서, 2차 마치고 밤 12시에 테니스장 옆 국기게양대 앞에 모여서 생일파티를 했다. 케이크는 항상 학교 앞 데레사마트에서 사왔는데, 제대로 먹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생일맞은 애 얼굴에 찍고, 나머지는 쓰레기통으로 갔으니까…

대학교부터는 생일은 더 이상 친구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여자친구와 보내는 시간에 너무 심취했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같이 파티하는 것 마저 서운하게 느껴졌다. 생일은 일 년에 하나뿐인 나의 날, 나에게 가장 소중한 날이니까 그 날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만 있고 싶다는 고집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생일은 아니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친구의 생일이 있다. 기말고사 기간에 생일이 있어서 큰 파티를 못했는데, 내가 대학원에 일찍 가는 바람에 시간이 되서 둘이서 탁주 마시면서 여자이야기를 했던 게 왠지 기억에 오래남는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누군가의 생일은 술을 진탕 마시기 위한 좋은 변명거리였다. 같이 놀던 친구, 형, 누나들이 술을 워낙 좋아해서 다 같이 즐겁게 놀았다. 그때처럼 즐겁게 걱정없이 놀 수 있을까.

미국에 오고나서 첫 번째 생일은 친구와 함께 재밌게 보냈다. 한국 식당에 가서 소주를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즐거웠다.
미국에서 맞는 두 번째 생일 직전에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비행기값이 가장 싼 날을 고르다보니 얄궂게도 생일 전 날 귀국하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족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공허함이 너무 컸다. 2시간 전만해도 가족들이 앉아있던 소파가 비어있고,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다. 생일은 나에게 가장 특별하고 제일 행복해져야하는 날인데, 반대로 세상에서 내가 가장 비참하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무작정 옛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러모로 고마운 친구다.
이번 생일은 다행히 동생이 미국에 있어서 같이 저녁식사를 할 것 같다.

이젠 정말 나이가 들었는지, 생일이 예전만큼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잡담: 새학기

새학기 시작일에 맞춰 학부생들이 돌아왔다.

신입생처럼 보이는 애들은 어리버리까면서 부모님들이랑 여기저기 둘러보고, 기숙사 사는 애들은 부모님, 친구들이랑 이삿짐 나르고 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몰려 다니고.

오랜만에 학교에 활기가 넘친다.

괜히 대학교 입학하고 부모님이랑 동생이랑 이사하던 때가 생각나서 한참동안 구경했다.

잡담: 토끼

같은 랩 포닥이 휴가를 가면서 애완묘 ‘안안’을 10일 가까이 봐주게 됐다.

  1. 안안
    크리스마스 이브날 토끼를 분양받았다고 한다. 중국말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평안절이라고 하는데 분양받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안안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2. 수명
    대략 10년 정도 산다고 한다. 안안이 8살이니까 사람으로 치면 할머니라고 할 수 있다.
  3. 사과
    여러가지 간식을 줘봤는데, 그 중에서 사과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멀리서 사과향기를 풍겨주면 뒷발로 일어나서 케이지를 물어뜯고 난리다. 사과를 먹으면서 과즙이 발에 묻으면 그걸 없애려고 광적으로 핥는다. 그게 꼭 두손 모으고 인사하는 것 같아서 너무 귀엽다.
    https://youtu.be/SPoVIolb9vA?t=30s
  4. 토끼똥
    구형 고체. 말린 콩 같다.

  5. 물을 조금밖에 마시지 않는다. 200ml 정도 채워놓으면 5일 이상 간다. 물을 저렇게 조금 먹으니까 토끼똥을 싸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발에 물이 묻는걸 엄청 싫어하는 것 같다. 물이 묻으면 광적으로 핥아서 없애려고 한다.
  6. 의사소통
    교감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간식을 주는 내 손만 알아보는 것 같다.

  7. 토끼를 관찰해보면 토끼잠이란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낮에도 시도 때도 없이 웅크리고 눈을 감고 자다가, 잠이깨면 눈만 살짝 뜨고 보다가 또 잠드는 것을 반복한다.
  8. 냄새
    동물 특유의 누린내가 약간 난다. 심하진 않지만, 옷에서 그 냄새가 느껴진다.
  9. 울음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시그니처 울음소리는 없지만, 당근을 주면 막 ‘우우우’ 비슷한 소리를 낸다.
  10. 산책
    강아지들처럼 목줄메어서 야외로 산책 나갈 수 없어서 아쉬웠다.

잡담: 친구

나이가 들수록 새 친구를 만드는 것이 힘들어진다.

예전에는 저 사람은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이런식으로 맞춰야 친해질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노력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나랑 안 맞다 생각되면 그냥 내 삶에서 지워버린다.

혼자 지내는 것이 처음에는 외롭고 불편한 부분도 많았지만, 적응이 되고 나니까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장점으로 느껴지는 것도 많다.

 

잡담: 지도교수님과 식사

나랑 같이 일하던 대학원생 하나가 그만두고 나가게 되어서, 지도교수님과 셋이서 식사를 했다. 그동안 이메일을 통해 교수님과 소통해왔던지라 장시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할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요즘 나의 관심사가 한국정치, 미드, 그리고 아프리카로 너무 한정되어서,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힘들다. 스포츠, 연예인 가십거리 등 여러가지를 알아야 쉽게 대화거리를 찾을텐데… 차라리 연구 이야기를 하는게 더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니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간단하게 햄버거나 일식을 먹을 줄 알았는데, 굳이 메인 스트릿까지 가서 이탈리안을 사주셨다. 다행히 같이 간 애가 말이 많아서 맞장구나 처주고 가끔 끼어들면 되어서 생각보단 수월했지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식사였다. 대학원때는 지도교수님 연세가 많으셔서 대하기가 어려운가보다했는데, 형 같은 지도교수님을 상대로도 이렇게 쩔쩔매는 것을 보면 딱히 나이 때문은 아닌것 같다.

 

잡담: 채식

  1. 예전에 채식한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참 별난 사람들도 다 있네라고 생각하곤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사람은 먹으면 안되는데 소, 돼지, 닭을 먹는 것은 왜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럴듯한 대답을 찾지 못해 답답했다. 단백질 섭취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보려했으나, 점심 저녁 야식까지 꼬박꼬박 고기를 챙겨먹고 가죽자켓을 입는 놈이 할 수 있는 변명은 아니었다. 내가 육식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맛있으니까였다. 동물이 불쌍하다고 여기면서도 단 하나의 이유, 맛있다는 것 때문에 포기하지 못했다.
  2. ‘육식의 종말’을 읽고 나서 채식을 해야겠다는 동기가 조금 더 강해졌다. 식량은 남아돈다고 하는데 아직도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 이유, 공장화된 축산업의 폐해, 소를 필두로 한 가축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등. ‘그래, 채식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만 고기반찬이 안 나오는 곳이 없는데 채식하면 밥은 어디가서 먹어?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오면 할꺼야’라고 또 한번 넘겼다.
  3. 미국에는 채식주의자가 많다. 거의 모든 음식점이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다 따로 갖추고 있다. 채식을 시도해볼 절호의 기회가 왔지만 꽃등심 300g에 5불밖에 하지않는 상황에 굴복해버렸다. 지난 두 해동안 미친듯이 고기를 먹었다.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해먹은게 얼마나 많았던지 프라이팬 하나가 코팅이 다 벗겨졌다.
  4. 몇년을 미루던 채식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한 3주 정도 된 것 같다. 가장 엄밀한 의미의 채식주의자 (영어로 vegan이라고 불리는)는 아니지만 고기 섭취는 엄청나게 많이 줄였다. 소고기 순두부는 버섯 순두부로, 양고기 기로는 팔라펠 기로로, 시저 샐러드 대신 그리스 샐러드, 비빔밥엔 두부토핑을, 카레엔 양파, 감자, 당근, 브로콜리만 넣는 등 메뉴를 다 바꿨다.
  5. 사실 남은 평생을 채식주의자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살다보면 고기를 먹어야하는 자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언젠가는 이것도 극복할 수 있는 때가 오겠지. 아무튼 나 스스로의 선택으로 고기를 먹게되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잡담: 탄핵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초반에 그러나가 너무 많이 나와서 기각인가 조마조마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분위기가 인용으로 많이 바뀌었다.

어제자 파파이스에 이정렬 전 판사(가카새끼 짬뽕 판사)가 말하길, 판결문 초반에 탄핵소추 논리를 까는 게 많이 나오면 인용이고, 받아들이는게 많이 나오면 기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면 동기가 불량하고 죄질이 나쁘다 등등 피고를 까는걸로 시작하면 후반부에는 그렇지만 깊이 뉘우치고 있다 등의 쉴드를 치면서 약한 형량을 선고하고, 반대로 초범이고 어쩌고 피고를 두둔하는걸로 시작하면 후반부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나와서 강한 형량을 선고한다고 한다. 결국 이정렬 전 판사의 예측? 경험?이 맞았다.

아무튼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다.

탄핵사유 전부 인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건 어려웠나보다. 범죄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증거 추적하기도 힘들어지는 세상이다보니 확실한 물증을 잡기가 이렇게 힘들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실망스러웠다. 시비거리를 차단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태클걸릴만한 것은 전부 잘라내다보니 그랬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국가 재난에 대통령은 아무것도 안해도 되고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논리에 인용될까 걱정이 된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선, 낙제와 통과를 가르는 커트라인일 뿐이다. 그것마저 못 지키면 사람새끼 대접 못받는다는 기준이지, 그거 잘 지킨다고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는 없다. 세월호 가족들이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험 못쳤다고 사람새끼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최소기준의 예를 생각하다보니 떠오른게 시험뿐이라…)

파면한다. 다시봐도 소름이 돋는 장면이다.

 

먼 훗날 내 자식들이 나는 그때 뭐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되나…

할아버지_촛불집회

 

외신에서도 워낙 많이 다루다보니 랩메이트들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미국애들… 이것 저것 많이 물어봤는데 가장 대답하기 힘들고 가장 나를 부끄럽게 했던 질문은 광화문 광장에 왜 성조기가 있고 그걸 보는 니 기분이 어떻냐는 거였다. 탄핵찬성=빨갱이, 탄핵반대=반 빨갱이=자유주의=미국 뭐 이런 논리가 아닐까라고 대답했는데… 내 기분은 정말 잘 모르겠다. 그냥 착잡하다.

저녁에 랩 애들에게탄핵 축하기념으로 떡볶이를 샀다. 너희도 힘내라…

50년전 이승만을 필두로 한 세력들이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수입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가 왔다.

 

잡담: Ph.D. Candidacy talk

카이스트에선 프로포잘 혹은 예비심사라고 부르는 걸 여기서는 Ph. D. candidacy talk라고 한다.

지난 월요일 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자기 practice talk에 와서 코멘트를 좀 해줄 수 있겠냐고. 받는사람은 심사위원 4명의 그룹이메일이 적혀있었다.

한국에서 연습할 땐 랩 사람들앞에서 해보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는 일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연습이다보니 다른 분야의 사람이 어떤 것을 궁금해하는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오늘 발표한 애는 레이저 실험을 주로 하는 학생이었는데, 듣는 사람은 계산1, 레이저2, 고분자1이었다.

자기가 보기엔 아주 당연해보이는 것도 조금만 분야가 다른 사람이 보면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질문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생산적인 의견도 꽤나 많이 나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