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목표

2025년 12월에 쓴 글

다가오는 2026년을 맞아 새해 목표를 몇 개 정해 보았다.

  1. 일본어 능력시험 N3
  2. 아무튼 화학 영상 24개 이상
  3. 팔굽혀펴기 100개

최근 듀오링고를 통해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시간에 하루 30분 정도씩 하다 보니 어느새 레벨 84에 도달했다. 어쩌다 보니 같이 하는 교수님들도 늘어나서 더 재미있다. 재미로 시작했는데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아무튼 화학 채널에 수업 이외에 화학 개념 설명 영상, 중등 임용 특강 풀이, 수능 강의 등을 한 달에 2개 정도씩 올려야지. (2026년 4월 현재 아직 0개) 학회나 세미나에서 내 채널이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람이 있다.

미시건에서 포닥 할 때 달리기와 팔굽혀펴기를 열심히 했었다. 요즘에는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쓰다 보니 예전처럼 운동할 시간은 없지만 팔굽혀펴기라도 다시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목표는 한 번에 100개. 2026년 4월 현재 30-20-20-10-10 세션을 진행하였다.

자연과학과 공학

2022년 언젠가 쓴 글.

흔히 이공계라 하면 자연과학(이학)과 공학을 칭하고, 영미권에서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라고도 부른다. 자연과학과 공학은 비슷하면서도 차이점도 많다.

최근 동명이인 형님과 커피 한 잔 할 기회가 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대보다 공대가 연구비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과학을 하는 우리는 tool-based approach를 취하는 반면, 공학project-based approach를 취하는 게 큰 차이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는 범위를 만들어 놓고 그것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공학에서는 내가 풀어야하는 문제 혹은 과제를 중심으로 그것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다는 마인드라는 것이다.

돈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는 이것만 할 수 있고 나머지는 못해요’라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걸 해보겠다’는 두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후자에게 더 마음이 끌릴 것이다.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들도 저런 마인드를 일정부분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다.

책: 일론 머스크

2024년 2월에 쓴 글.

코드 브레이커를 흥미롭게 읽은 터라 이런 부류의 책을 더 읽고 싶었다. 마침 같은 작가가 쓴 일론 머스크가 있어서 읽어 보았다. 내가 즐겨찾는 커뮤니티인 X(트위터)에 일론 머스크를 좋아하고 테슬라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그 사람들을 보면 테슬라에 자기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할 정도로 일론 머스크를 굉장히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다. 2-3년 전 비트코인에 소액 투자하고 있을 때 머스크가 비트코인에 대한 좋은 코멘트를 해주어서 돈을 벌 기회도 있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머스크는 괴짜, 조금 특이한 사람 관종 정도였다.

이 책은 머스크의 남아공 유년시절부터 시작하여 미국으로 건너와 페이팔을 창업하고, 테슬라, 뉴럴링크, 스페이스X 등 여러 기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이야기와 후일담을 다루고 있다. 어릴 때 과학자라면 한번쯤은 꿈꾸어 볼만한 주제들, 가령 전기차 제작, 우주선 개발에 뛰어들어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머스크라는 인물에게 존경심이 생겼다. 요즘 한창 나의 연구는 세상이 더 좋아지는 것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을까, 나의 연구는 논문을 위한 연구는 아닐까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던 찰나에, 과학 기술의 개발을 통해 정말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사업가가 아니라 학교에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머스크의 과감한 모습이 다소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해진 프로토콜 대신 자신의 직감을 믿는 등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불세출의 천재와 나 같은 서생을 가르는 차이가 아니겠는가.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머스크의 서지(surge) 모드이다. 머스크가 어떤 일에 꽂히면 해당 프로젝트에 엄청난 가속이 붙는다. 대충 직원들 갈아넣는다는 말 나도 가끔 어떤 프로젝트에 꽂히면 학생들에게 진행 성과를자주 물어본다. 직원들의 불만을 인터뷰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회식 자리에서 학생들이 ‘언젠가 자기에게도 그런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겹쳐보였다. 학생들도 나에게 저런 불만을 품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약간 재미있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물론 나는 머스크처럼 사무실에 텐트를 치고, 기한을 두 달에서 일주일로 당기는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도 테슬라의 주주가 되었다! 책을 조금만 늦게 읽었다면…

[육아] 선행학습과 뇌 발달

최근 영어 유치원과 모 수학 학원의 선행 학습으로 인해 생겨난 4세 고시, 7세 고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아이들이 안타까워 보인다는 마음이 들었고, 동시에 우리 아이들도 저런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일까하는 불안감도 생겼다.

그러던 와중에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님께서 언더스탠딩 채널에 나가 강연해 주신 것을 발견하고 아내와 함께 재미있게 보았다.

선행학습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즐겁게 공부한다면 오히려 이득이 아닐까? 이런 질문에 천근아 교수님은 우리 뇌는 굉장히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어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발달하기 때문에, 뇌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고차원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이 채 발달하지도 않은 영유아 시기에 추론을 기반으로 한 학습을 하는 것은 아이들을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한다.

본인의 뇌 발달 상황을 뛰어넘는 학습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과다 분비되는 것에 뇌가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니 중고등학생이 되어 지필고사 평가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티졸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극심한 불안과 무기력에 빠져 쉬운 문제도 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는 뇌의 정상적인 시냅스 형성과 가지치기 과정을 방해하여 오히려 뇌를 비효율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면 영유아 시기는 무엇을 해야 하는 때일까. 유아기는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이전이라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이라는 뇌의 기초를 다지는 결정적 시기이므로, 지식 학습보다는 안정적인 애착 형성과 놀이를 통한 사회성 발달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아이들과 마음껏 놀아도 된다는 말.

강연 말미에는 이런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가 되니 제발 4세 고시니 7세 고시니 하는 것 준비를 시키지 마시라고 굉장히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서 현 상황이 얼마나 답답하면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것일까.

해당 강연을 보며 천근아 교수님의 팬이 되어 도 사 보았다. ADHD, 자폐 등 발달 장애를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발달 장애를 겪지 않는 부모님들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재미있게 본 강의는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님의 강의.

36개월까지는 아기가 세상을 탐색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아이의 요구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야 아이와 양육자 사이에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고 아이에게 세상에 믿을만한 구석을 하나 확보하였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주 양육자의 품을 벗어나 용감하게 세상을 탐색하러 나서는 것이다.

최근 둘째를 데리고 문화센터에 갔다. 집에서는 그렇게 까불던 아이가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낯선 공간에 들어가니 10여분동안 내 옷을 꼭 잡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여기 저기 뚫어지게 보더니 그제서야 내 옷을 놓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 조그마한 아이가 위급 상황에서 나를 찾고, 나를 안정적인 베이스 캠프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고 혼낸 것이 부쩍 미안해졌다.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다. 최근에 만난 많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초췌해 보이냐, 다크 서클이 많이 심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아주 가끔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아 이런 맛에 애 키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잡담] 과학을 왜 알아야 할까

대략 2023년 가을 언제쯤에 있었던 일.

최근 우리학교 법학 대학에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비롯하여 대법관, 정치인 이준석 씨와 정치인 유승민 씨 같은 유명인을 연달아 초청하여 학생들에게서 꽤 좋은 반응이 있었다. 법학 대학에서 시도한 대중 강연이 흥행하는 것을 보고 우리 학장님도 자연과학 대학에서도 한번 대중강연을 준비해보자고 하셨다. 작년에는 나의 지인 찬스로 화학하악 주인장인 광운대학교 화학과 장홍제 교수님을 모셨다. 멘토님의 취향에 맞춘 포스터

올해는 학장님의 지인찬스로 김상욱 교수님을 모셨다. 학장님 덕에 김상욱 교수님과 점심 식사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강연 요청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고 하셨다. 수원에서 인천까지 오시는 길에 벌써 5-6건의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고 하셨다. 부수입>월급 체력 안배를 위해 일주일에 최대 2개 정도만 하신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일년이면 100건의 강연. 대단한 열정이시다.

방송에서 다른 패널들과 활발하게 말씀하시던 모습과는 달리 일상에서는 굉장히 샤이하신 것 같았다. 본인 스스로께서도 카메라 앞에 서서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하신다.

강연 주제는 “과학을 왜 알아야 할까”였다. 이런 주제로 90분간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건 나같은 범인의 기우였다. 다양한 시각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와 철학 이야기로 시작하여 과학 이야기로 흘러가는 강연은 정말 흡입력이 좋았다. 임진왜란, 프랑스 대혁명, 로미오 줄리엣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특히 김상욱 교수님께서 대중강연을 열심히 하시는 이유가 인상 깊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비과학적인 것, 즉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치인부터 일반 대중까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무당을 그렇게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전 국민의 과학에 대한 이해도를 아주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이 어떤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때 수반되는 비용을 엄청나게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정말 깊이 공감한다. 아내의 병원에 제왕절개를 할 때 시를 받아오는 사람이 그렇게 만다는 것이다. 열에 아홉 정도라고 한다.

행사를 준비하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연사료이다. 정확한 금액을 쓸 순 없지만 대학 교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연사료로 책정된 금액은 너무나 적다. 연사료랍시고 드리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김상욱 교수님을 초청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또 다른 과학 유튜버분들께도 연락을 취해보았는데, 그들이 요구한 금액은 연사료의 대략 20배 정도였다. 강연 두 세 번하면 차 한 대! 과학 대중 강연도 콘서트나 뮤지컬, 연극, 영화와 같은 문화 컨텐츠처럼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즐기는 날이 오길 바란다.

한양대학교 대학원 장학 제도

학교에서 대학원 Fair 라는 행사에서 장학 제도를 상세하게 설명해주어 정리하여보았다.

■ 석사학위과정

  1. 석사과정 HY-in 장학금
    • 1 ~ 4기(4회) 수업료 70 %
    • 매 학기 GPA 3.75 이상 유지
    • 지원 당시 본교 학부(서울/ERICA) 졸업예정자 또는 졸업 후 3년 미경과자
    • 학부 평균평점 3.75/4.5 이상(졸업예정자는 2025-1학기 미만)
    • 일반대학원 특별전형·특별전형2 신입학자 (※ 나노반도체공학과 제외)
  2. 학석사연계과정 장학금
    • 1 ~ 3기(3회) 수업료 50 %
    • 매 학기 GPA 3.75 이상 유지
    • 본교 학부 학석사연계과정 선발자 중 일반대학원 신입학자
  3. 진학 장학금
    • 1 ~ 4기(4회) 수업료 10 % (첫 학기는 학기 말 지급)
    • 매 학기 GPA 3.75 이상 유지
    • 본교 미래인재교육원(서울)·사회교육원(ERICA) 학사학위 취득(예정)자
    • 학부 평균평점 3.5/4.5 이상(졸업예정자는 2025-1학기 미만)
    • 일반대학원 특별전형·특별전형2 신입학자

■ 박사학위과정

  1. 우수박사 장학금
    • 입학 후 첫 학기 수업료 70 %
    • 본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서울) 졸업(예정)자
    • 석사 평균평점 3.75/4.5 이상(졸업예정자는 2025-1학기 미만)
    • 일반대학원 특별전형·특별전형2 신입학자
    • ※ HY-KIST바이오융합학과, 나노반도체공학과, 디지털의료융합학과, 인공지능학과 제외

■ 석·박사학위통합과정

  1. 우수석박사통합 장학금
    • (학부 GPA 3.5 ~ 3.99) 1 ~ 6기 수업료 70 %
    • (학부 GPA 4.0 이상) 1 ~ 6기 수업료 100 %
    • 매 학기 GPA 3.75 이상 유지
    • 본교 서울캠퍼스 학부 졸업(예정)자, 학부 GPA 3.5/4.5 이상
    • 일반대학원 특별전형·특별전형2 일반학과 신입학자
  2. STAR-RA 우수석박사통합 장학금*
    • 1 ~ 6기 수업료 100 % (BK 탈락 시 다음 학기부터 70 %)
    • 매 학기 GPA 3.75 이상 유지
    • 본교 서울캠퍼스 학부 졸업(예정)자, 학부 GPA 3.5/4.5 이상
    • 일반대학원 특별전형·특별전형2 ‘4단계 BK 선정학과(사업단·팀)’ 신입학자
    • ※ BK21 선정 융합전공 제외
    • 수혜 대상 중 학부 GPA 4.0 이상자는 ① 우수석박사통합 장학금으로 선발
  3. BK지원 장학금
    • 입학 후 첫 학기 수업료 70 %
    • 일반대학원 특별전형·특별전형2 ‘4단계 BK 선정학과(사업단)’ 신입학자

책: 코드 브레이커

생화학 분야를 연구하는 친한 형이 코드 브레이커란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여 이번 설 명절에 읽어보았다. (윌라 만만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버클리 대학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어린 시절 ‘이중나선’을 읽으며 자연의 신비를 파헤치는 자연과학의 매력에 매료된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크리스퍼를 개발하여 노벨상을 수상하고 그 기술로 코로나-19 진단과 치료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한 최근의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다우드나 교수가 왓슨의 ‘이중나선’을 읽으며 생명과학의 신비를 밝혀내겠다는 꿈을 키웠다. 나는 어떤 자연현상을 공부하고 싶어서 교수가 된 것일까. 학부 수업 때 들은 양자화학이 재미있어서 이 길을 택했지만, 명확한 문제의식이나 이해하고 싶은 자연현상은 없었던 것 같다. 교수가 된지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이나마 갈피를 잡아가는 것 같다. 보다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 학생 때에 비해 연구도 더 재미있고 과제 제안서를 쓰는 것도 덜 힘든 것 같다. 연구실 학생들에게 본인들이 대학원 과정동안 연구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라고 해야겠다.

다우드나 교수가 버클리에 부임한 이후 하버드 대학의 장펑 교수와의 특허 논쟁에 관한 내용은 한편의 추리소설 같았다. 논문의 문장, 연구 노트 및 세미나 발표자료로부터 해당 기술에 대한 원천지식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는 장면은 정말 흥미로웠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다시 서재로 가서 읽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상대보다 먼저 본인의 성과를 발표하기 위해 대학원생들과 동료 연구자들을 독려하는 동시에 저널의 편집자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과학자라면 당연히 본인의 연구 결과를 Nature, Science, Cell과 같은 최고의 저널에 발표하고 싶고, 저널 편집자 입장에서도 대가의 논문을 게재할 유인이 충분하다. 그러다보니 저널 편집자들과 대가들 사이에는 모종의 협력 관계도 있다고 한다. 나만 모르는 이야기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으로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고, 기업은 기초과학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다우드나 교수는 본인 연구실에서 개발한 크리스퍼 기술을 통해 유전병과 같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어했다. 오늘날 많은 대학이 교수들에게 본인들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창업을 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교수들의 전문성이란 것이 당연하게도 연구 과제의 성과물에 기반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구재단과 같은 단체에서 지원을 받아 만든 성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여야 할까, 아니면 연구 결과를 만든 개발자들에게 돌아가야할까. 어려운 문제이다.

책의 중반부는 크리스퍼 기술로 유전자를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거의 철학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윤리학자들은 유전자 편집을 두고 인간이 신의 흉내를 내려고 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비판에서부터 수십억년간 서서히 작동한 진화 메커니즘을 유전자 편집이라는 기술로 순식간에 달성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에는 크게 저항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전 형질을 편집하는 생식 편집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클 것이다. 크리스퍼 기술은 흡사 마트에서 장을 보듯 후손에게 물려줄 유전자를 고르도록 해줄지도 모른다. 이제 빈부격차가 유전자에 각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류가 앞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질병의 치료, 유전 형질의 개선, 예방에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해진다.

책의 마지막은 코비드19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들끼리 특허가지고 싸우고 논문가지고 싸우다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등장에 인간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각 장의 첫 페이지에는 해당 장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과 연관된 역사적 인물의 말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을 옮겨적으며 독서일기를 마치고자 한다.

“과학자가 자연을 연구하는 것은 그것이 유용해서가 아니라 그안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자가 희열을 느끼는 것은 자연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_앙리 푸앵카레, 과학과 방법

책: 이문열 삼국지 5

드디어 공명 등장.

유비가 공명을 찾아가기 전에 이미 공명이 유비를 찾아온 적이 있었고, 그때 형주를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말해주었는데 유비가 시큰둥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되었다. 짧은 시간의 면접과 서류를 통해서 한 사람의 능력과 인품을 평가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러다보니 그 사람을 오래겪은 사람의 추천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유비도 서서라는 사람의 추천이 있었기에 공명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조조의 남침으로 신야성의 백성들을 이끌고 번성으로 도망가는 유비의 모습을 보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는 이런 유비의 모습을 보며 정말 선하고 훌륭한 군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와서 보니 너무 이상주의자에 현실 감각이 없는 사람같다. 조조가 동탁같은 미친 폭군이 아니라 신야성의 백성을 모조리 죽일 일도 없는데, 괜히 같이 피난을 가다가 죽은 사람의 수가 훨씬 많은 것 같다. 거기다가 조운이 어렵게 구해온 자기 자식을 내팽개치는 모습에서는 함께 듣고 있던 아내와 같이 분노했다. 자신의 실수로 위험에 처한 아내와 자식을 조운이 목숨을 걸고 구해왔으면, 조운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그 아기를 더 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갓난아기를 집어던진 사람은 성군이 아니라 싸이코패스 아닌가 싶었다.

5권의 백미는 공명이 오나라를 찾아가서 전쟁에 참여하도록 오나라의 여러 대신들을 하나씩 설득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유비의 숨은 뜻으로부터 시작해서 공명의 독서 리스트까지 캐묻는 오나라 대신들을 상대로 재치있게 답변하는 공명의 모습은 정말 통쾌했다. 대학 임용 면접의 장면과 겹쳐보여 왠지 웃음이 났다.

독서기록

2025년 독서 기록
A: 오디오북, E: 전자책

  1.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1편 (1월 2일)
  2.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1월 4일)
  3. 월 300만원 버는 주식 투자 공식 (A, 1월 6일)
  4. 이문열 삼국지 3 (A, 1월 7일)
  5. 소액 토지 투자지도 (E, 1월 9일)
  6. 대치동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 (E, 1월 12일)
  7. 리얼머니, 더 비트코인 (E, 1월 15일)
  8. 부동산 트렌드 2025 (E, 1월 16일)
  9. 이문열 삼국지 4 (A, 1월 16일)
  10.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 1월 19일)
  11.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E, 1월 21일)
  12. 이문열 삼국지 5 (A, 1월 24일)
  13. 코드 브레이커 (E, 1월 29일)
  14. 경매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E, 1월 30일)
  15. 이문열 삼국지 6(A, 2월 8일)
  16.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E)
  17. 이문열 삼국지 7(A)
  18. 강방천 관점 (E)
  19. 일론 머스크 (E)
  20. 원칙 (E)

[책] 대치동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

아직 아이들이 엄청 어리지만 이제는 그래도 부모가 되었는지라 ‘대치동’이란 키워드에 반응하게 된다. 윌라 오디오북으로 ‘대치동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란 책을 들어보았다. 온갖 매체에서 대치동 이야기를 하니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대치동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만난 학생들 이야기, 대치동 학생들의 공부법이 책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성실함과 타고난 지능 모두 중요하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다보니 약간 지루하기도 했다.

고교 입시에 관한 부분은 나에게는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인지라 후루룩 보고 넘어갔다. 가장 눈에 가는 부분은 영어유치원에 관한 것. 첫째가 곧 유치원을 가야할 나이가 되어서 유치원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아내와 종종 이야기한다. 영어 유치원에 관한 정보가 너무 없으니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서, 주변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보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영어 유치원은 보낼 필요가 없다, 아니 보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치동의 유명한 영어유치원에서는 원생들이 두달에 한번씩 영어 스피치를 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거기다가 아이들이 미켈란젤로의 생애와 그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미취학 아동들이 미켈란젤로에 대해서 그것도 영어로 이야기한다고? 이건 거의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치동 영어 유치원을 졸업하고 나면 미국 초등학교 2학년 학생 정도의 영어실력을 가진다는 부분도 놀라웠다. 제2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한국 유치원생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국 초등학생보다 더 빠르게 영어를 배워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치동 영어 학원 빅5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수준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대부분 대치동 영어 학원 서른 곳 중에서 두세 곳 정도만 3학년 수준으로 가르치고 나머지는 2학년 수준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학부모님들의 성화에 나머지도 수준을 3학년으로 올린 것이라고 한다. 학원이 아이들의 발달 상황에 필요한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역할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여러 LLM의 수준을 보면 가르치는 직업이란 것이 더 이상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나도 수업 준비하면서 ChatGPT에게 물어보고 공부한 다음, 학생들에게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전달해주고 있다. 2025 수능 국어, 수학, 영어과목에서 ChatGPT 4o 모델이 각각 3, 1, 4등급을, Claude 3.5 Sonnet 모델이 각각 2, 1, 3등급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 지문을 외우고, 비슷한 유형의 수학 문제를 수십번 반복해서 푸는 대치동식 공부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 외에 초등학생 대상으로 읽기 좋은 영어 원서 리스트는 꽤 유용한 정보였다. 아무튼, 자녀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한 번은 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