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채식

  1. 예전에 채식한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참 별난 사람들도 다 있네라고 생각하곤 말았다. 그러다가 문득 사람은 먹으면 안되는데 소, 돼지, 닭을 먹는 것은 왜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럴듯한 대답을 찾지 못해 답답했다. 단백질 섭취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보려했으나, 점심 저녁 야식까지 꼬박꼬박 고기를 챙겨먹고 가죽자켓을 입는 놈이 할 수 있는 변명은 아니었다. 내가 육식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맛있으니까였다. 동물이 불쌍하다고 여기면서도 단 하나의 이유, 맛있다는 것 때문에 포기하지 못했다.
  2. ‘육식의 종말’을 읽고 나서 채식을 해야겠다는 동기가 조금 더 강해졌다. 식량은 남아돈다고 하는데 아직도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 이유, 공장화된 축산업의 폐해, 소를 필두로 한 가축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등. ‘그래, 채식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만 고기반찬이 안 나오는 곳이 없는데 채식하면 밥은 어디가서 먹어?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오면 할꺼야’라고 또 한번 넘겼다.
  3. 미국에는 채식주의자가 많다. 거의 모든 음식점이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다 따로 갖추고 있다. 채식을 시도해볼 절호의 기회가 왔지만 꽃등심 300g에 5불밖에 하지않는 상황에 굴복해버렸다. 지난 두 해동안 미친듯이 고기를 먹었다.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해먹은게 얼마나 많았던지 프라이팬 하나가 코팅이 다 벗겨졌다.
  4. 몇년을 미루던 채식을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한 3주 정도 된 것 같다. 가장 엄밀한 의미의 채식주의자 (영어로 vegan이라고 불리는)는 아니지만 고기 섭취는 엄청나게 많이 줄였다. 소고기 순두부는 버섯 순두부로, 양고기 기로는 팔라펠 기로로, 시저 샐러드 대신 그리스 샐러드, 비빔밥엔 두부토핑을, 카레엔 양파, 감자, 당근, 브로콜리만 넣는 등 메뉴를 다 바꿨다.
  5. 사실 남은 평생을 채식주의자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살다보면 고기를 먹어야하는 자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언젠가는 이것도 극복할 수 있는 때가 오겠지. 아무튼 나 스스로의 선택으로 고기를 먹게되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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