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셀프 투블럭

한국에서 이발을 하면 새 사람이 된 것처럼 깔끔해져서 좋았다. 돈 만원의 행복… 그런데 여기는 30불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항상 불만족스러웠다. 투블럭이라고 해주긴 하는데 뭔가 어색하다. 옆머리는 두상 끝까지 밀어올리고 (해병대 머리), 앞머리는 엄청 길게 남겨놔서 (90년대 스타일) 그런 것 같다. 몇 번이나 옆머리 좀 덜치고 앞머리나 좀 더 처달라고 했는데 주문대로 잘 되지 않아서, 이 돈주고 머리 깍느니 내가 바리깡사서 스포츠머리하는게 낫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게 무려 8개월 전의 일이네.

바리깡으로 스포츠머리해버리겠다고 했지만 막상 겁이 났다. 남자는 머리카락이 외모의 반이라는데, 스포츠머리로 반마저 잃어버리면 어떻게되는거지. 스포츠머리는 안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으로 투블럭치는 요령을 찾아봤다. 방법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옆머리 뒷머리는 바리깡 3 이나 6미리 넣고 쭉 밀면되고, 윗머리는 숱가위로 대충 친다. 망하면 스포츠머리로 민다는 생각으로 셀프 투블럭을 도전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너무 엉성했다. 바닥에 신문지 안깔아서 화장실이 머리카락으로 뒤덮이고, 배관 머리카락으로 막혀서 물도 잘 안내려가고, 머리는 쥐파먹은 것 같고, 귀밑머리 정리안되서 안경끼면 다 눌리고, 목터래기 다 남아있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를 했던 이유는 나 스스로 머리를 자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 그리거나, 공예품 만드는 사람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다가 한 번 내가 자를 때마다 30불씩 돈이 굳으니까, 그 돈으로 플스나 운동화를 지르는 재미에 빠졌다.

오늘 아침에 이발함으로써 셀프 투블럭 6번째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팁을 적어보자면,

  1. 이발하기 전 꼭 머리를 감자: 머리카락이 기름을 먹으면 두상에 착 달라붙어있기 때문에 정리해야될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나같은 옆짱구도 기름 먹었을 땐 옆머리가 착 붙어서 잘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가지고 속기가 십상이다. 항상 머리를 감고 잘 말린 후에 커트를 시작하자.
  2. 옆머리는 6mm: 3mm는 조금 과격한 것 같다. 두피가 보이는 정도. 본인이 지드래곤 같은 패셔니스타라서 새로운 스타일을 유행해 나갈것이 아니라면 그냥 무난하게 6mm가 좋은 것 같다.
  3. 뒷머리는 6mm 후 3mm: 옆머리는 빡빡밀고 윗머리로 덮으면 되기 때문에 층 낼 필요가 없지만 , 뒷머리는 그렇지 않다. 뒷머리만으로 층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자르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론 6mm로 대략 1/3지점까지 두상에 딱 붙여서 민 후에, 3mm짜리로 다듬으면 된다. 다듬는 다는 말은 두상에 딱 붙여서 자르는게 아니라 적당히 띄워가지고, 정수리로 올라갈수록 두상에서 멀어지도록 하란 것이다. 말이야 쉽지, 까딱하다가 잘못밀면 머리에 계단이 생긴다.
  4. 숱가위는 세번에 나누어서: 윗머리를 정리할 때는 한 번에 치지말고 머리를 길게 당겨서 뿌리 근처에서 한 번 중간쯤에서 한 번 마지막에 한 번, 세 번에 나누어서 치면 그럴듯하게 층모양이 난다. 더 자연스러운 층을 원하면 네 번, 다섯 번까지 나누어서 쳐도 된다.
  5. 드라이기로 중간점검: 윗머리의 숱을 너무 많이 치면 머리가 푹 가라앉는다. 중간중간 드라이기로 잘린 머리카락 날린 후 빗으로 모양을 잡아보면서, 더 자를지 말지 결정한다.
  6. 귀밑머리는 과감하게: 아무리 옆머리와 윗머리를 제대로 잘랐다고 해도, 귀밑머리 정리가 안되면 엄청 지저분해보인다. 한 손으로 귀를 잘 말고, 다른 손으론 가위를 들고 머리카락 자국을 따라 자르면된다. 이 부분을 자를 때는 거울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좀 불안하기도 한데 어짜피 귀 뒤에 가려지는 부분이라 조금 이상하게 짤라도 상관없다. 과유불급이라지만, 귀밑머리는 과하게 자르는 것이 안자르는 것보단 몇 배 낫다.
  7. 구렛나루는 사선으로: 구렛나루는 바리깡으로도 잘 안밀리기 때문에 가위를 구렛나루의 45도 사선방향으로 집어넣어서 자르면된다. 가위질 횟수가 늘어날수록 남는 구렛나루의 양이 줄기 때문에 적당히 두 세번만 자르면 된다. 수직으로 자르면 이발소 아저씨같이 된다.
  8. 옷은 가급적 안 입는걸로: 이상한 뜻은 아니고… 옷에 머리카락 붙으면 아주 개판이다. 복구 불능 수준. 아프리카로 한 번 방송해본답시고 옷 입은채로 머리잘랐는데 그 옷 버렸다. 남자는 짧은 머리카락이 많아서 그게 옷에 박히면 빠지지도 않는다. 그냥 훌훌 다 벗고, 신문지 구멍내서 가운처럼 만들어 입는 것을 추천한다.

나같은 경우는 머리가 빨리 자라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 미용실 간다고 하면 4주차 때 옆머리가 많이 지저분해진다. 다른 부분은 미용실에서 정리하더라도, 옆머리 정도는 2주에 한 번 스스로 정리하면 항상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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