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도 꽃이다

태백산맥을 감명깊게 읽은 후로 조정래 작가가 쓴 책은 거의 다 찾아서 읽어보았다.

이번 주말엔 신간 ‘풀꽃도 꽃이다’를 읽었다.

스크린샷 2016-12-11 오전 10.38.58.png

SKY로 대표되는 학벌주의, 전문직만을 최고로하는 풍조, 학교폭력, 커져만 가는 사교육 시장, 영어에 미쳐있는 한국인들, 무너져가는 공교육, 그리고 공교육이 나아가야할 길 등을 여러 등장인물의 다양한 사건들로 잘 묘사한 것 같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등장인물들 간 대화에는 은어나 비속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많았다. 심지어 ㅋㅋㅋ도 등장한다. 근엄하게만 보였던 조정래 아저씨의 작품에 ㅋㅋㅋ가 등장하다니. 한글 파괴라고 엄청 싫어하실 것 같았는데.  이것도 다 지금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장치 중 하나인 거겠지.

조금 아쉬웠던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너무나 순탄하고, 주인공들간 대화가 사회과학 책의 한 문단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수치와 근거자료들이 많이 등장해서 소설로의 재미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글로 설명해주기보단 사건을 통해 독자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태백산맥에서도 이런 느낌을 주는 부분이 좀 있었지만 그건 작품길이 자체가 워낙 길다보니 사회과학, 소설 각각의 재미를 다 포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론은 조정래 작가는 장편보단 대하소설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나도 학생 때 용돈벌이를 하기 위해 과외를 많이 했었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다른 학생들은 벌써 화학2 다 하고 일반화학하고 있다, 올림피아드 준비하려면 유기화학까지 봐야한다는 식으로 계속 불안감을 조장해가지고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을 권유하곤 했는데… 반성의 의미로 고등화학에서부터 대학의 전공분야까지 인터넷 강의를 준비하여 무료로 나누고 싶다. 그래서 아프리카TV에서 화학 모의고사 문제풀이를 해봤는데… 결과는 폭망. 아프리카는 EBS가 아니다..

중학교 때 운영되던 심화반이란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엘리트 교육이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개방적으로 운영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수학-과학 시험 성적이 좋은 애들뿐만이 아니라, 의욕이 있는 학생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더 많은 진주를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중2 때 동중 심화반을 떨어지고 나서 세상이 끝난 줄 알았다. 동중 심화반에서 배우는 것을 나 스스로 공부하기엔 너무나 수준이 높았고, 과외를 구하자니 부르는게 값이었다. 결국 그 한번의 시험 낙방으로 나와 친구들 사이엔 메우기 힘든 차이가 생겨버린 것이다. 나름 일년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중3때 다시 치른 시험에서도 나는 낙방했다. 내신관리를 잘한 덕에 과고에 진학하고 집중교육을 받은 덕에 그 차이를 메울 수 있었다. 만약 과고에 오지 못했다면 나와 친구들의 사이는 그때부터 계속 벌어져서 지금에 와선 보이지도 않는 차이가 되었을 것이다. 교육의 단계에서부터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

책을 읽으면서 문제점들은 많이 느꼈는데 명쾌한 해결책은 보이지가 않아 너무 답답했다.

Advertisements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